[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 이충훈 이강유 손수현 영상기자] “나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최근 몇 년 안 좋았다 보니까 그마저도 부정하게 되더라. 생각해보면 팀에서 내게 준 상이다. 그것도 오타니 쇼헤이가 오는 팀에서….”
2021년 10월, LA 다저스는 그해 ‘올해의 마이너리그 투수’로 최현일을 꼽았다. 당시 최현일은 싱글A와 하이싱글A에서 24경기에 나와 8승 6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다. 시상식이 열린 다저스타디움에서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어 2022년 3월 나온 MLB파이프라인 유망주 랭킹에서는 다저스 톱30위, 투수 중에서는 12위에 안착했다. “(다저스 홈경기가 한국에서 중계되는 시간인)오전 11시 경기에서 보실 수 있게 노력하겠다”던 최현일의 다짐이 곧 현실이 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최현일은 2022년 시즌 단 11경기 등판에 그쳤다. 4월 9일 첫 경기에서 팔꿈치 통증이 찾아오면서 한동안 재활에 들어갔다. 8월 24일 애리조나 컴플렉스리그(신인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리그)에서 한 차례 등판한 뒤 가을리그 9경기로 시즌을 마감했다. 2023년도 첫 등판까지 가는 길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지난해 5월 26일 3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기면서 복귀전을 마쳤다.
최현일은 지난 2년 동안의 잦은 재활로 자신감을 많이 잃었었다고 털어놨다. ‘올해의 마이너리그 투수상’이라는 성과조차 스스로 부정할 만큼. 지금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배수의 진을 쳤다. 재활하느라 지쳤던 마음을 떠올릴 여유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먼저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재활 과정에 대해 물었다. 다행히 수술을 해야 하는 부상은 아니었다고. 최현일은 “그렇게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염증이 계속 재발해서 재활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토미존 수술을 하거나 뼛조각이 생기거나 그런 부상은 아니어서 재발 방지를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는 않는다. 대신 스트렝스 쪽에서 나아지기 위해서 중점적으로 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속보다도 몸에 힘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스트렝스의 중요성을 느꼈다. 동료들이랑 몸으로 장난하면서 느낀 게, 이 선수들은 정말 근육부터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속을 올리기 위해서 스트렝스를 신경쓰는 것은 아니고 힘이 강해지면 같은 구속이라도 더 편하게 던질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근육의 질이 좋아지면 부상도 덜 생기자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여러가지 이유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최현일은 아직 그때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그는 “사실 2년 전에는 스프링트레이닝 때부터 이상한 느낌이 계속 있었다. 그런데 100%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가는 선수는 거의 없다. 웬만하면 다 근육통이 있고 그래서 괜찮겠지 하고 했다. 추운 날씨에 첫 경기 던지고 갑자기 그렇게 됐던 것 같다. 돌아보면 2020년에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 시즌이 취소되고 그 다음해에 잘 던지면서 이닝 수가 늘어나서 팔에 무리가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복귀전에서는 생각도 못 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최현일은 “일단 자신은 있었다. 내가 1~2년 전에 다 던져 본 레벨이고 준비도 나름 열심히 잘했다. 어느 선수나 다 그렇겠지만 아무리 잘해도 아쉬운 점은 늘 있다.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돌아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애리조나에서 하는 재활 등판 같은 느낌일 줄 알았는데 경기장 들어가니까 약간 떨렸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나도 모르게 불편해서 투구 폼을 혼자 바꿔보고 그랬다”고 말했다.
최현일은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만족할 만한 시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시즌 마무리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면서 “마지막 몇 경기에 굉장히 못 던지고 플레이오프 때는 전력에서 배제됐다. 마지막이 좋지 않아서 올 시즌에 대한 기억이 좋지는 않다. 돌아보면 중간에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안 좋게 끝난 걸 동기부여로 삼아서 비시즌에 더 열심히 한 것 같기도 하다”고 얘기했다.
무엇보다 24살이라는 나이가 최현일을 움직이게 만든다. 그는 “슬슬 나이가 차고 계약 기간도 끝나고 있다. 이제는 뒤 엎이 앞만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새롭게 하게 된 시도가 스트렝스 쪽으로 나아져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계속 구속 생각을 했는데, 내가 상을 받았던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괜히 내가 뭔가 더 해보겠다고 무리했다. 그랬다가 다치고, 구속은 비슷한데 제구는 더 안 되는 것 같아서 이제 내 장점을 극대화하는 쪽에 초점을 맟추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의 투구를 되찾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최현일은 “그때는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을 때 던질 수 있었고,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 커터를 다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었다. 타자와 수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들이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 됐던 것 같다. 2021년 잘했을 때 영상 보면서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팀에 있었던 동료들 중에서는 먼저 메이저리그를 밟은 경우도 있다. 최현일은 “애런 시한이 가을리그 때 룸메이트였다. 개빈 스톤은 2021년에 로우A에서 하이A 거의 비슷한 시기에 올라갔었다. 바비 밀러도 2021년 하이A에 잠깐 같이 있었고. 그 선수들이 올라가서 던지는 걸 보면 지난 2년이 정말 아쉽기는 하다.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고 얘기했다.
최현일은 비시즌 몸을 만들고 있는 YTC에서 다저스 후배가 된 장현석(마산용마고),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이찬솔(서울고)와 함께 훈련하며 가까워졌다. 먼저 마이너리그를 경험한 선배로서 조언해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최현일은 “나도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고등학교 막 졸업할 나이인 애들이라 질문이 귀엽더라. (이)찬솔이는 갑자기 연락와서 미국에서 ‘롤’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런 걸 보면서 고민하는 게 다르구나 싶었고, 야구 쪽에서는 얘기해줄 게 없다. 이 선수들이 나보다 더 잘 할 거다”며 웃었다.
영어 준비에 대해서는 “다들 지금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고, 영어 어떻게 해야하냐 이렇게 물어보는데 사실 한국에서 아무리 배워가도 못 알아듣는다. 나도 나름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고 갔는데 미국에서 하는 영어는 완전히 달랐다. 쓰는 단어부터 모든 것들이 학원에서 배운 것과 달랐다. 그래서 영어가 처음에는 힘들 수 있다”고 직접 겪어보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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