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축구는 11명이 맡은 임무를 나눠 그라운드를 누비고 골을 넣어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스포츠다. 기본적으로 전형을 구축하고, 세부적으로 전술을 구사해 상대와 맞선다. 전형과 전술은 진화를 거듭했다. 이제는 여러 가지 전형을 이용하고 매우 많은 부분 전술로 경기를 펼치는 팀이 꽤 많다. 가장 중요한 목표인 골을 넣기 위해 그리고 막기 위해 공간을 지배하려면 상황에 맞는 전형과 전술 운용이 필수다.
전형과 전술이 다양화하면서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부분이 더 많아졌다. 일단 체력적인 부분이 이전보다 더 중요하게 자리잡았다. 엄청난 압박과 패스 등을 시도하고 막으려면 체력이 필수다. 여기에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도 필요하다. 그라운드 내에서 변수가 발생하거나, 큰 틀을 바꿀 때 멀티(유틸리티) 플레이어는 팀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되곤 한다.
사실 말이 쉽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포지션마다 플레이 중심이나 움직임 폭 등이 다르다. 돌려서 판단하면, 멀티 능력을 가진 선수들은 그만큼 축구 지능이 좋고 노력도 많이 했다고 볼 수 있다. 상대와 상황에 맞춰 자리를 바꾸고, 팀이 공세를 펼 때와 방어를 구축할 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뛸 수 있는 선수를 우리는 멀티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태극전사 두 명이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주가를 더욱 드높이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과 울버햄턴 원더러스의 황희찬이 주인공이다. 그저 놀랍다. 윙포워드와 원톱을 번갈아 맡으며 펄펄 날고 있다. 윙포워드로 주로 뛰는 두 선수가 원톱으로서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였다. 그냥 ‘땜빵’으로 투입된 게 아니다. 실력으로 최전방 자리를 꿰차고 득점력을 화끈하게 뽐냈다.
골 수치가 능력을 확실히 증명한다. 손흥민과 황희찬 모두 올 시즌 EPL에서만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원톱과 윙포워드를 오가며 골 폭풍을 몰아쳤다. 손흥민은 해리 케인이 떠난 최전방을 잘 메우며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었고, 황희찬은 교체 멤버로 시즌을 시작해 주전으로 올라선 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며 울버햄턴 최다 득점자로 우뚝 섰다.
둘의 활약상은 자연스럽게 13일(한국 시각) 카타르에서 개막하는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64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 중심을 잡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유틸리티 공격수’들의 존재가 든든하다. EPL을 폭격했던 것처럼, 손흥민과 황희찬이 아시안컵 무대에서도 멋진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손흥민(위 왼쪽)과 황희찬, 손흥민(중간), 황희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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