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히샬리송은 박스 안에서 저보다 더 득점력이 뛰어난 공격수입니다.”
지난해 12월 11일(이하 한국 시각)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32)이 인터뷰에 나섰다. 1골 2도움을 올리며 토트넘 홋스퍼의 4-1 대승을 이끈 뒤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다. 이전까지 원톱으로 출전하다가 이날 경기에 윙포워드로 나선 데 대해 손흥민은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2골을 기록한 히샬리송(27)이 자신보다 나은 스트라이커라고 칭찬했고, 방송 진행자들은 웃으면서 손흥민의 겸손함에 깜짝 놀랐다.
빈 말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이후 계속 왼쪽 윙포워드를 기본으로 뛰었다. 그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히샬리송이 놀라운 득점력을 뽐내며 함께 웃었다. 히샬리송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토트넘의 부활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왼쪽 윙포워드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해리 케인이 빠져 최전방이 너무 약해지자 원톱으로 변신했다. 펄펄 날았다. 신입생 제임스 매디슨과 찰떡 콤비를 이루며 토트넘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10라운드까지 8승 2무 무패 성적을 만들며 토트넘을 선두에 올려놓았다.
11라운드 첼시와 경기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매디슨과 수비의 핵 미키 판 더 펜이 부상으로 쓰러지며 팀이 1-4로 역전패했다. 이후 15라운드까지 급전직하했다. 11~15라운드에서 1무 4패로 무너졌다. 토트넘은 선두 싸움에서 밀려났다.
16라운드 뉴캐슬과 경기를 앞두고 배수의 진을 쳤다. 손흥민은 윙포워드로 자리를 옮겼다. 원톱에 히샬리송이 배치됐다. 올 시즌 1골에 수술대까지 오른 히샬리송의 원톱 투입은 모험수로 비쳤다. 기우였다. 손흥민이 1골 2도움, 히샬리송이 2골을 잡아내며 오랜만에 4-1 대승을 올렸다.
이후 토트넘은 히샬리송 원톱을 유지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손흥민이 측면을 기본으로 중앙까지 오가며 기회를 만들고, 히샬리송이 최전방에서 득점력을 살리며 공격력이 다시 좋아졌다. 히샬리송은 최근 5경기에서 5골을 잡아내며 펄펄 날았다. 자신이 득점한 경기에서 팀이 모두 이겼다. 어느새 시즌 6골을 기록하며 12골을 마크한 손흥민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2021-2022시즌 23골을 터뜨리며 EPL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시즌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올 시즌 보란듯이 부활했다. 그 누구보다 팬들의 비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팀 동료 히샬리송의 어려운 시간을 함께 하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새로운 주장으로서 진심으로 동료를 위하며 함께 전진해 나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은 이제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다. 토트넘을 잠시 떠나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뛴다. 토트넘으로서는 손흥민의 공백이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손흥민 덕분에 히샬리송이 살아난 부분은 천만다행이다. 과연, 토트넘이 손흥민 부재 속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손흥민(위 오른쪽)과 히샬리송,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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