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2024년 메이저리그 전체가 집중하는 격전의 장이다. 지구 최강자인 LA 다저스에 샌디에이고‧애리조나‧샌프란시스코가 모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력상 최하위로 거론되는 콜로라도를 제외하면, 네 팀 모두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는 형국이다. 경쟁률이 세다.
상황의 엄중함을 느꼈는지 오프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모든 팀들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지구 최강자인 다저스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오타니 쇼헤이에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093억 원)라는 프로 스포츠 역사에 남을 만한 계약을 안기더니 투수 최대어로 평가된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도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222억 원)를 지르며 유니폼을 입혔다. 탬파베이와 트레이드로 타일러 글래스나우를 품에 안은 것 또한 유의미한 전력 향상 요소였다.
다른 팀들도 다저스만큼은 아니지만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올해 내셔널리그를 대표해 월드시리즈에 나간 애리조나는 마운드 보강을 위해 좌완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와 4년 보장 8000만 달러(약 1039억 원)에 계약했다. 이미 역동적인 야수진을 보유한 애리조나의 무게감이 더 좋아졌다. 다저스와 더불어 최고의 화제 팀인 샌프란시스코는 팀의 부족한 공격력을 메우기 위한 해결책을 이정후에게서 찾았다. KBO리그 최고 타자인 이정후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68억 원)에 계약했다. 무엇보다, 샌프란시스코의 보강은 여기서 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작 샌디에이고는 매우 조용하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3년간 ‘타도 다저스’의 선봉장이었다. 외부에서 수많은 슈퍼스타들을 영입하고, 또 연장 계약을 하며 팀 전력을 살찌웠다. 빅마켓 클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팀 연봉 총액은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연봉 감축 기조와 맞물려 이렇다 할 화제를 만들지 못했다. 반대로 팀의 핵심 타자였던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를 결국 트레이드하며 오히려 전력 손실 요소만 생겼다.
샌디에이고는 팀 연봉을 2억 달러 아래에서 맞추길 원하고, 소토의 트레이드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고액이 드는 자유계약선수(FA) 스타들과 멀리 떨어져 있다. 최근 특급 스타들의 예상 행선지에 샌디에이고가 언급되는 경우는 없다. 샌디에이고를 지랫대 삼아 더 좋은 계약을 따내려는 에이전트들의 ‘언론 플레이’까지 싹 사라졌다. 지역 유력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의 브라이스 밀러는 1일(한국시간) ‘일본인 구원 투수 마쓰이 유키를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샌디에이고의 프런트 오피스는 바티칸 도서관만큼이나 조용했다’고 표현했다.
결국 지금부터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게 밀러의 주장이다. 돈을 많이 쓸 수 없다면, 틈새 시장을 뒤져 가격대비 성능비가 좋은 선수를 영입해야 그나마 팀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밀러는 선입견과 다르게 프렐러 단장이 오프시즌에서 인내심을 보여준 적이 많았으며, 쏠쏠한 자원들을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데려온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밀러는 ‘아직 패닉에 빠질 시기는 아니다’고 단언했다.
실제 에릭 호스머, 매니 마차도와 같이 샌디에이고 역사에 남아있는 대형 계약들은 2월에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현재 2선발인 조 머스그로브의 트레이드도 1월에 이뤄졌고, 올스타 마무리 투수였던 마크 멜란슨도 2월에 계약했었다. 다 프렐러 단장 재임기에 한 계약들이다.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와 같이 비교적 싼 금액으로 영입해 효율적인 성과를 거둔 계약도 분명히 존재한다. 김하성의 ‘가성비’야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밀러 또한 ‘샌디에이고는 반드시 최신의 반짝이는 선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샌디에이고는 포스트시즌에서 한 차례 큰 성공을 거두며 그 자리를 지켰다’면서 ‘더 철저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루고, 와카, 김하성과 같은 선수들을 더 공략해야 한다. 그들은 이닝이터와 타선 보강에 필요한 방망이를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야수진은 소토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은 선수들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에이스인 블레이크 스넬(FA)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마운드다. 특히 선발이 그렇다. 현재 샌디에이고의 선발진은 다르빗슈 유, 조 머스그로브를 제외하면 믿을 만한 투수가 별로 없다. 마이클 킹, 맷 왈드런, 페드로 아비야 등은 지구 우승을 조준하는 팀의 로테이션에 어울리는 선수들은 아니다.
결국 프렐러 단장이 1월부터 가성비 투수들을 뒤질 것이며, 아직 시장에 남아있는 류현진(37)은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류현진은 나이가 적지 않고, 2022년 시즌 중반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았다는 변수가 있다. 하지만 건강할 때는 분명 3~4선발 몫은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선수다. 게다가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 필요한 선수는 아니다. 1~2년 계약에 연간 1000만 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면 레이스 번호표를 뽑을 수 있다.
샌디에이고의 젊은 선발 투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적합한 자원이라는 것이다. 베테랑의 노련함과 리더십도 기대할 만한 요소다. 선발 시장에 남은 선수들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자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에서 류현진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다만 샌디에이고와 비슷한 사정에 있는 팀들이 적지 않아 류현진 시장도 북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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