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남들 안 보이는데 가서 욕도 했다.”
KIA 타이거즈 라이징스타 최지민(20)은 곧 21세가 된다. 그에게 20세 시즌은 찬란했다. 강릉고 졸업 후 프로 데뷔 2년만에 KIA를 넘어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강속구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팀에선 핵심 셋업맨이 됐고, 항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혜택을 받았다. 그리고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서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다.
KIA 유튜브 채널 갸티비는 31일 박찬호, 이의리, 최지민의 ‘식사 토크’ 2탄을 게재했다. 2023년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작년 11월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를 시작으로 대표팀까지 1년간 쉼 없이 달려온 최지민에게 가장 인상적인 하루는 일본과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예선과 결승이었다.
최지민은 “도쿄돔이 잠실구장의 두 배더라. 그 자리에 사람이 꽉 찼다. 모두 일본 팬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 11월부터 1년간 던졌다. 중간중간 힘든 것도 있었는데 작년에 1군에 거의 못 있었으니까 1군에 붙어서 따라다닌 게 너무 재미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스타전도 나가서 감격이었고, 살도 많이 붙었다. 올 시즌 모든 게 최고의 한 해였다. 질롱에서 잘 던지긴 했는데 국내 시즌과 다르다. 나도 의심했는데 점점 좋아지니 어느 순간 홀드도 쌓고 5월엔 한달간 점수를 안 줬다”라고 했다.
최지민은 질롱코리아에서 투구밸런스를 바로 잡으면서 패스트볼 구속을 쫙쫙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150km까지 나왔고, 140km 중, 후반의 패스트볼에 좌타자 바깥쪽 슬라이더가 압권이었다. 이 슬라이더는 우타자 상대로도 활용할 정도로 자신 있는 무기였다.
시즌 중반 위기도 있었지만, 잘 버텨냈다. 그래도 최지민은 “승계주자 실점이 너무 아쉽다. 주위에서 내 실점이 아니니 좋게 생각하라고 했는데 너무 많은 실점을 해서 아쉬웠고 스트레스를 받더라”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흐름을 바꿨을까.
박찬호의 한 마디가 영향을 미친 듯하다. 좌측 중앙내야에서 투수들을 바라보니, 미묘한 변화를 캐치할 수 있다. 그는 “지민이가 안 좋을 때 얘기했다”라고 했다. 최지민은 사우나였다고 떠올렸다. 박찬호는 “얘가 평균자책점 1점대였다가 안 좋고 한참 맞아서 2점대 초반으로 갔을 때다. 죽을상이라서 ‘너 몇 점대야’라고 했다. 2점대가 저러고 있었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박찬호는 “내가 4할을 치다 3할로 떨어졌다고 죽을상을 한 것과 똑 같은 것이다. 자기 페이스에 맞게 찾아간 건데”라고 했다. 결국 최지민은 올 시즌 58경기서 6승3패3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했다. 너무나도 훌륭한 성적이다.
최지민이 올해 겪은 감정, 경험은 모두 새로운 그것이었다. 심지어 1군 주력투수로 맞이한 첫 비 시즌이다.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안 좋을 때 극복하는 방법을 익힌 것도 큰 수확이다. 최지민은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최대한 생각을 비우려고 했다”라고 했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 최지민은 “진짜 화날 때 안 보이는데 가서 욕 하고 그랬다. 그러고 나서 다음 경기에 잘 던져야 진짜 좋아질 수 있다”라고 했다. 솔직한 얘기다. 경기를 망쳤는데 어떻게 욕 한번 한다고 후련해질까.
대신 마인드 컨트롤 하는 방법도 익혔다. 최지민은 “그 전까지 짜증 나도 티를 안 내야 한다.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고 그랬다”라고 했다. 야구는 단체 스포츠이고, 기분이 태도가 되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최지민은 더 나은 2024년을 위해 다시 뛴다. “구단에서 준 프로그램을 하면서 유연성과 근력을 기르고 있다”라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