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제왕’ 김연경(35)은 올 시즌에도 현역 은퇴를 고민한다.
김연경은 올해 2월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었다”며 은퇴에 대한 고민을 처음 털어놓았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현역 연장을 택하긴 했지만, 흥국생명과 계약기간 1년(총액 7억7천500만원)짜리 계약을 맺은 것은 은퇴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선수는 세 시즌을 소화해야 또 한 번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기간 3년에 도장을 찍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런 고민이 무색해질 정도로 김연경은 올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변함없는 위용을 떨치고 있다.
김연경은 전반기(1∼3라운드)를 치르며 득점 8위(391점), 공격 성공률 2위(44.39%)에 올랐다.
김연경보다 많은 득점을 올린 7명은 모두 외국인 선수이자 수비 부담 없이 공격에 집중하는 아포짓 스파이커다.
김연경보다 정교한 공격을 때리는 선수는 GS칼텍스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공격 성공률 45.66%)뿐이었다.
흥국생명을 상대하는 팀으로서는 ‘아시아 쿼터 선수까지 외국인 선수 3명을 상대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
그런데 김연경의 진짜 힘은 승부처에서 나온다.
총 다섯 세트를 치르는 배구는 5세트(15점)를 제외하고 25점 고지를 먼저 밟는 팀이 해당 세트를 이기는 방식이다.
29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김연경은 전반기 ’20점 이후 득점’이 총 94점으로 IBK기업은행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등록명 아베크롬비)와 공동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실바(108점)다.
경기 총득점에서는 다른 팀 외국인 에이스에게 밀릴 순 있어도, 승부가 판가름 나는 세트 후반부에선 더 매서운 화력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20점 이후 김연경의 공격 성공률은 52.23%로 득점 상위 15명 중에서 가장 높았다. 실바는 50.52%였다.
20점 이후 김연경의 블로킹 득점이 총 10개로 페퍼저축은행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와 공동 4위에 오른 점도 흥미롭다.
김연경의 전반기 블로킹 총득점은 총 14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승부처에 돌입하면 자동으로 가동되는 철벽인 셈이다.
이 부문 공동 1위는 정호영(정관장)과 최정민(IBK기업은행·이상 12개), 3위는 양효진(11개·현대건설)으로 모두 미들 블로커 포지션이다.
이처럼 든든한 김연경을 앞세운 흥국생명(승점 42·15승 4패)은 오는 31일 리그 1위 현대건설(승점 44·14승 5패)을 꺾고 선두를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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