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이상혁 / 사진=라이엇 게임즈 이스포츠 제공 |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LoL)이다. 한국의 LoL 프로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로 꼽히며,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는 프로게이머들이 LCK와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수많은 스타들이 활약하는 LCK와 세계 무대에서 올해 가장 빛난 이름은 단연 ‘페이커(Faker)’ 이상혁이었다. ‘페이커’는 세계 최고의 팀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소속팀 T1의 우승을 견인했다. 나란히 통산 롤드컵 4회 우승을 달성한 ‘페이커’와 T1은 롤드컵 최다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 벌써 10년 넘게 세계 최고 무대서 활약
‘페이커’ 이상혁은 지난 2013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그 해 롤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다른 선수들보다 몇 수는 위에 있던 ‘페이커’의 플레이는 한국은 물론 전세계 플레이어들을 매료시켰다. ‘페이커’가 경기에서 플레이하는 챔피언과 창의적인 플레이는 곧바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후 ‘페이커’는 2015년과 2016년에도 롤드컵 우승을 차지했고, 역대 최고의 LoL 프로게이머라는 찬사를 받았다. ‘페이커’의 압도적인 실력과 게임 안팎에서 보여 주는 쇼맨십, 겸손한 태도를 본 팬들은 ‘페이커’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페이커’에게는 ‘e스포츠의 조던’, ‘e스포츠의 메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 2016년 이후 롤드컵 우승 실패…올 시즌 손목 통증으로 고전
하지만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페이커’는 이후 롤드컵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2017년과 2022년에는 결승전까지 진출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 ‘페이커’였지만, ‘페이커’를 보며 꿈을 키웠던 신예들이 그의 자리를 위협했다.
2023년 역시 쉽지 않았다. 국내 리그인 LCK에서는 스프링과 서머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시즌 도중에는 손목 통증으로 인해 오랜 기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기도 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페이커’는 주전이 아니었다. 이제 ‘페이커’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고척 스카이돔 / 사진=라이엇 게임즈 이스포츠 제공 |
▲ ‘페이커’의 슈퍼 플레이, T1의 우승을 이끌다
그러나 ‘페이커’는 2023 롤드컵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페이커’와 T1은 대회 초반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점점 발전하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8강에 진출했다. T1을 제외한 모든 LCK 팀들이 8강을 넘지 못하며 부담이 커졌지만, T1은 LPL(중국)의 강호들은 연파하며 LCK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이라이트는 T1과 LPL 최강으로 꼽히는 징동 게이밍(JDG)의 준결승전이었다. 양 팀이 세트스코어 1-1로 팽팽히 맞선 상황. T1은 3세트에서 JDG에 밀리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등장한 ‘페이커’가 LoL 역사에 길이 남을 슈퍼 플레이를 펼치며 팀을 승리로 견인했다. 분위기를 가져온 T1은 4세트에서도 승리하며 결승전에 진출했고, 기세를 몰아 결승전에서도 3-0 완승을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페이커’의 롤드컵 4회 우승에는 최고의 동료들도 함께 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탑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와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은 롤드컵에서도 찰떡 호흡을 발휘하며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또한 정글러 ‘오너’ 문현준과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도 대회 내내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우승을 이끌었다.
▲ 2023년은 ‘페이커’의 해…더욱 기대되는 2024년
롤드컵 4회 우승을 달성한 ‘페이커’는 영광의 시간을 누리고 있다. 2023 LCK 어워드에서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으며, 영국 매체 더 타임스가 선정한 2023년 스포츠 파워리스트 1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리스트에는 리오넬 메시(축구, 아르헨티나), 오타니 쇼헤이(일본, 야구) 등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이 이름을 올렸는데, 더 타임스는 기사 삽화 가운데에 ‘페이커’를 배치했다. ‘페이커’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페이커’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기분 좋게 2023년을 마무리 한 ‘페이커’가 2024년에도 위용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