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토트넘 홋스퍼에 불이 붙은 시점이 너무 늦었다. 수비에서 호러쇼가 시종일관 펼쳐지면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토트넘은 29일(한국시간) 영국 브라이튼 아멕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 원정 경기에서 2-4로 졌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11승 3무 5패 승점 36점에 그치면서 빅4 재진입에 실패했다. 5위에 그대로 머물면서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31점), 7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30점) 등에 추격 빌미를 제공했다.
토트넘의 분위기는 하늘을 찔렀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16라운드를 4-1로 크게 이긴 걸 시작으로 노팅엄 포레스트(2-0), 에버턴(2-1)전까지 승리를 챙기며 다시 비상하는 흐름이었다. 이번에 만난 브라이튼전도 유리하다는 분석이었다. 브라이튼이 리그 3경기 연속 무승의 분위기라 차이가 극명했다.
더불어 브라이튼은 부상자가 상당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로베르토 데 제르비 브라이튼 감독은 “우리는 부상 선수가 많게는 10명에 달한다. 토트넘전에서도 2명이 뛰지 못한다”며 “특히 미토마 가오루는 4주에서 6주 정도 이탈하게 됐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미토마는 브라이튼의 측면 공격을 책임져온 드리블러라 토트넘 입장에서 결장은 다행인 부분이었다.
자연스럽게 손흥민과 미토마의 미니 한일전도 무산됐다. 미토마와 달리 손흥민은 어김없이 토트넘의 공격을 책임졌다. 이날 토트넘은 평소처럼 히샤를리송을 최전방에 두고 손흥민, 데얀 쿨루셉스키, 브레넌 존슨을 2선에 배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파페 사르,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세웠고, 포백은 데스티니 우도기,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 페드로 포로로 구성했다. 골문은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지켰다.
홈팀 브라이튼도 4-2-3-1 포메이션으로 응수했다. 이들은 주앙 페드로가 최전방을 맡은 가운데 대니 웰벡, 파스칼 그롭, 파쿤도 부오나노테가 2선에서 화력을 지원했다. 3선은 제임스 밀너, 빌리 길모어가 섰고 최후방은 잭 하인셀우드, 폴 반 헤케, 루이스 덩크, 이고르 훌리오가 호흡을 맞췄다. 골키퍼는 제이슨 스틸이었다.
토트넘의 유일한 불안감인 수비가 결국 문제였다. 미키 판 더 펜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크리스티안 로메로도 이날 빠지면서 센터백이 정상 가동하지 못했다. 측면 수비수인 에메르송을 가운데로 돌렸으나 브라이튼의 초반 공세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킥오프 직후부터 상대 압박에 빌드업이 고전했고, 공격권을 내줬을 때 수비도 불안했다. 브라이튼의 정교한 패스 플레이가 빛을 발할수록 토트넘은 비카리오 골키퍼의 선방에 의존해야 했다. 전반 5분부터 웰벡에게 페널티킥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슈팅을 허용할 만큼 위기를 맞았는데 비카리오의 동물적인 선방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한 차례 위기를 넘겼을 뿐 이내 실점을 피하지 못했다. 전반 11분 토트넘의 오른쪽 수비가 뚫렸다. 페널티박스 앞에 여러명의 수비수가 있었지만 페드로의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돌파를 막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하인셀우드가 문전에서 볼을 잡았고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아무리 비카리오 골키퍼라도 대포알 슈팅을 코앞에서 막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비카리오는 선방을 이어나갔다. 전반 16분 페드로의 까다로웠던 슈팅을 잘 막아냈다. 위기는 계속됐다. 전반 19분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브라이튼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면서 한숨 돌리는 듯했다.
문제는 파울이었다. 쿨루셉스키가 웰벡의 유니폼 상의를 잡고 늘어진 게 비디오 판독(VAR)으로 확인됐다. 온필드 리뷰를 한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페드로가 키커로 나서 가볍게 성공하면서 토트넘은 0-2까지 내몰렸다.
토트넘은 그때까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손흥민도 전반 8분 슈팅 시도가 전부였다. 첫 골을 허용하는 장면에서 실수로 공격권을 넘겨줬던 아쉬움이 잊혀지지 않는 듯 소극적이었다. 손흥민이 위협을 가하지 못하면서 토트넘은 계속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전반 중반 슈팅 시도 차이가 1대8까지 벌어질 정도로 브라이튼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전반 31분 토트넘이 또 위기를 허용했다. 밀너에게 유효 슈팅을 또 내줬다. 비카리오 골키퍼도 손을 대지 못했는데 골대가 살렸다. 실점을 모면한 토트넘은 곧장 존슨이 빠른 스피드로 기회를 잡았는데 슈팅까지 이어가지 못하면서 기회를 헌납했다.
토트넘은 전반 36분 한 번 더 골망이 흔들렸는데 다행히 부오나노테의 오프사이드가 확인되면서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전반이 끝날 때까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 수비는 그만큼 부실했고 비카리오 골키퍼의 선방 덕분에 전반 0-2 스코어가 다행으로 느껴졌다.
손흥민은 전반 추가시간 박스 왼쪽 바깥에서 절묘하게 오른발로 감아찼으나 골대를 살짝 빗겨나갔다. 손흥민 존에서도 유효 슈팅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토트넘은 풀리지 않는 날이었다.
토트넘은 후반에 더 무너졌다. 만회골을 위해 후반 초반에 공격에 힘을 내봤다. 히샤를리송에게 두 차례 득점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후반 7분 문전에서 터닝 슈팅은 골대 바깥으로 나갔고, 16분 골문을 연 슈팅은 불운하게도 오프사이드였다.
히샤를리송이 두 번의 기회를 무산하자 곧바로 위기를 맞았다. 토트넘은 결국 후반 17분 에스투피난의 장거리 슈팅에 세 번째 실점을 했다. 골문 상단에 꽂히는 슈팅이라 비카리오 골키퍼가 손을 뻗어봐도 닿지 않았다.
토트넘은 3골 차이로 벌어지자 히샤를리송과 사르를 불러들이고 지오바니 로 셀소, 브리안 힐을 투입했다.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브라이튼도 웰벡과 밀너 대신 에반 퍼거슨, 야쿱 모더를 투입해 전술적으로 반응했다.
토트넘은 교체 카드마저 실패했다. 만회골을 위해 투입했던 로 셀소가 후반 27분 페널티킥을 내주는 끔찍한 수비 실책을 범했다. 박스 안에서 퍼거슨에게 무리하게 백태클을 하다가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브라이튼은 페드로가 또 성공하면서 4-0까지 스코어를 벌렸다.
토트넘은 자멸했다. 그래도 토트넘은 후반 25분 알레호 벨리스를 투입하면서 마지막까지 추격을 기대했다. 손흥민의 뒤늦은 도움이 나왔다. 후반 36분 쿨루셉스키의 압박이 성공해 상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볼을 받은 손흥민은 욕심 부리지 않고 문전에 홀로 있던 벨리스에게 패스했다. 이를 받은 벨리스가 만회골을 넣으면서 손흥민이 시즌 5호 도움을 기록했다.
결국 토트넘에서 득점 상황을 기대하게 만드는 건 손흥민이었다. 올 시즌 주장과 에이스 역할을 홀로 하고 있는 손흥민이다. 이에 토트넘은 손흥민과 장기 재계약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에도 ‘풋볼 인사이더’는 “토트넘 소식통에 따르면, 손흥민은 남은 선수 생활을 토트넘에 헌신하길 열망하고 있다. 손흥민은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팀에 끼친 영향력에 큰 감명을 받았고 구단의 장기적인 미래에 함께하길 원한다”라고 보도했다.
영국 축구 전문가 스티브 피어슨도 ’팀 토크’를 통해 “토트넘 에이스 손흥민이 남은 선수 생활을 토트넘에 맡기고 싶어 한다. 토트넘은 엄청난 주급 인상이 포함된 새로운 계약을 제안할 준비가 됐다“라며 메가톤급 제안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의견은 분분했다. ‘풋볼 인사이더’는 “지난 9월에도 토트넘과 손흥민이 재계약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알린 적이 있다면서 “토트넘은 먼저 손흥민의 1년 연장 옵션안을 발동하려고 한다”고 짚었지만, 다른 쪽은 “1년 연장 옵션안도 있지만 토트넘이 완전히 새로운 장기 재계약에 대해 손흥민과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대외 평가도 아주 좋다. 브라이튼전을 앞두고 손흥민의 활약을 높이 평가한 골닷컴은 “손흥민은 PL 레전드로 오랫동안 확고한 위상을 보여줬다. 아시아 역대 최고의 선수로 PL 9시즌 중 첫 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10골 이상 득점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매체의 말처럼 손흥민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일궈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11골을 넣으면서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영양가도 줬다. 12월에만 맨체스터 시티전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이번 시즌 공격 포인트를 11골 5도움으로 늘리면서 모하메드 살라(12골 7도움•리버풀), 엘링 홀란드(14골 4도움•맨체스터 시티) 다음 가는 공격 포인트를 생산하고 있다.
토트넘은 마지막에 더욱 힘을 냈다. 후반 40분 데이비스 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골을 터뜨리면서 순식간에 2-4까지 따라붙었다. 토트넘이 기세를 살리면서 분위기가 다시 뜨거워졌다. 전후반 정규 시간이 다 흘러갔다. 그래도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이 9분이나 주어지면서 마지막 힘을 짜내기 시작했다.
따라붙을 기회도 있었다. 호이비에르의 슈팅이 날카로웠는데 하필 골대를 때리면서 힘이 빠졌다. 길었던 추가시간 내내 토트넘의 맹공이 펼쳐졌고, 손흥민도 크로스에 발을 갖다대며 골을 계속 노렸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토트넘은 2-4로 브라이튼 원정에서 고개를 숙이면서 3연승을 마감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52번의 볼 터치를 통해 32번 패스를 시도했다. 성공률은 81%였다. 대신 키패스가 2개가 있어 그나마 공격을 주도한 모습이었다. 장점이던 유효 슈팅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밀리는 양상에서도 자주 경합을 시도했다. 다만 볼 소유권을 15번 넘겨준 건 아쉬웠다.
손흥민은 그나마 분전했다는 평가였다. 특히 마지막 토트넘의 폭풍 공격의 단초를 연 5호 도움으로 준수한 평가가 이어졌다. 소파스코어는 7.3점의 평점으로 호이비에르(7.5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좋은 평을 내렸다.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6.8점을 부여하면서 풀타임을 뛴 선수 중에 데이비스, 호이비에르(이상 7.2점) 다음 가는 호평을 했다. 또 다른 업체 ‘풋몹’에서도 7.6점으로 공격진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