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이번에는 진짜 우승할 수 있을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정조준한다. 내년 1월 13일(이하 한국 시각) 카타르에서 개막하는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최종명단을 26명을 확정했다. 12명의 유럽파를 주축으로 팀을 구성했다.
거두절미하고, 가장 궁금한 우승 확률은 냉정하게 어느 정도 될까. 잠시 생각을 좀 했다. 쉬이 입이 안 떨어진다. 한 30% 정도. 솔직히 30%도 현재로선 잘 봐서라는 느낌도 든다. 박한 평가라고? 글쎄 아닌 것 같다. 한국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이 아시아에서 최상위권인 건 사실이다. 손흥민과 김민재 등 월드클래스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팀 조직력과 변수 적응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경기가 열리는 곳이 중동이다. 또 중동이다. 중동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이 너무 많다. 게다가 개최국 카타르와 이란·사우디아라비아는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상대들이다.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도 복병으로 비친다. 여기에 일본과 호주는 중동 팀 이상의 전력을 갖추고 있고, 조금씩 성장한 우즈베키스탄도 만만치 않다.
조별리그 E조에 속한 한국은 중동 2개 팀과 격돌한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요르단과 바레인은 우리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다. 하지만 그래도 중동 국가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할 수 없다. 소위 말하는 ‘말리는 경기’에 빠져들면 안 된다. 지긋지긋한 침대축구를 피하기 위해서 완승을 거둬야 한다. 물론, 조별리그에서 중동팀과 대결하는 게 사실상 본게임인 토너먼트 승부를 위한 좋은 테스트가 될 수 있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을 앞두고 지인과 만나 비슷한 전망을 내놓은 적이 있다. “한국이 우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중동 팀을 경계해야 한다”고. 실제로 한국은 8강전에서 홈 팀 카타르를 만나 0-1로 석패하면서 짐을 쌌다. 전체적인 전력과 경기력이 모두 나쁘지 않았지만 지면 끝장인 토너먼트 경기에서 홈 팀 카타르의 벽에 막히며 눈물을 훔쳤다. 이 대회에서 카타르는 한국을 꺾은 기세를 살려 우승까지 차지했다.
4년 전 교훈을 잘 새기며 ‘학습효과’로 삼아야 한다. 16강전부터 중동팀 혹은 우승후보들과 단판승부를 펼칠 수 있다. 작은 실수가 큰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솔직히 이 지점에서 한국의 우승 확률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16강전부터 결승전까지 4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 쉽지 않다. 중동 텃세와 기본 전력 등을 모두 고려할 때, 50 대 50의 승부를 4번 연속 승리로 마무리하는 건 매우 어렵다.
그래서 30%도 높게 본 거라고 한 것이다. 아시안컵 같은 단기간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팀 조직력과 집중력이다. 개인 기량이 출중한 유럽파 12명이 합류하지만, 팀 조직력을 가다듬을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중동 텃세를 극복할 비책과 전술 등을 더 업그레이드해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게다가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큰 대회다. 기대가 크지만 우려도 있다.
1996년 아랍에미리트 대회부터 아시안컵에 최정예 멤버를 내보낸 한국은 번번이 미역국을 마셨다. 나갈 때마다 아시아 최강 전력을 자부했지만 결과는 항상 ‘우승 실패’였다. 1996년 대회 이란과 8강전에서 2-6 대패를 당한 건 한국축구 치욕으로 남아 있다. 2000년 레바논 대회에서는 준결승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졌고, 2004년 중국 대회에서는 8강전에서 이란에 3-4로 패했다.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에서는 준결승전에서 이라크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밀렸다.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는 준결승전에서 일본과 2-2로 맞선 후 승부차기에서 0-3으로 졌다. 2015년 대회가 가장 아까웠다. 손흥민을 앞세워 결승까지 올랐으나 홈 팀 호주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졌다. 그리고 지난 대회에서는 8강전에서 카타르에 덜미를 잡혔다.
최근 7번의 아시안컵에서 5번이나 중동 팀들에 무릎을 꿇고 전진을 멈췄다. 그리고 두 번은 일본과 호주에 막혀 우승 꿈을 접었다. 과연, 이번 대회에서는 다를까. 한층 성장한 태극전사들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64년 만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30%.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다. 최선을 다해 준비할 대표팀의 힘을 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전망이 매우 밝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그만큼 아시안컵 우승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클린스만 감독(위),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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