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딱 1시즌 뛰었는데 존재감이 워낙 컸다. 떠난 후에도 잊을 수 없다.
이탈리아 매체 ‘칼치오인피롤레’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지난 시즌 김민재의 활약상을 되돌아봤다. 2023년 세리에A 최고의 선수 중 1명으로 김민재를 선정하면서 나폴리 입단 당시부터 상세히 설명했다.
‘칼치오인피롤레’는 “김민재는 세리에A 데뷔 시즌 전무후무한 일을 해냈다. 나폴리 구단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였다. 포지션 불문하고 나폴리 역대 가장 핵심적인 선수로 활약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을 때 나폴리 팬들이 느낄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현재 나폴리 수비진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김민재가 나폴리에 올 때만 해도 이런 결과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김민재가 나폴리에 오기 직전 나폴리는 핵심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를 첼시로 보냈다. 쿨리발리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나폴리의 선택은 김민재였다. 당시엔 김민재가 쿨리발리를 대체할 것이란 예상이 많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걱정은 기우였다. 김민재는 나폴리 유니폼을 입자마자 펄펄 날았다. ‘칼치오인피롤레’는 “김민재는 나폴리가 왜 도박에 가까운 선택을 했는지 증명했다. 피지컬과 기술로 상대를 압도했다. 세계 최고 센터백이었다. 결국 나폴리를 33년 만에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가 뮌헨으로 갔지만 나폴리 팬들에겐 여전히 마음 속에 김민재가 있다. 나폴리 구단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였다는 걸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단 이탈리아 매체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김민재 평가는 하늘을 찌른다. 영국 매체 ‘스포츠키다’는 25일 2023년을 정리하며 올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센터백(중앙수비수) 5명을 선정했다. 순위도 매겼는데 이중 1위가 김민재였다. 세계 최고 중앙수비수라는 의미다.
‘스포츠키다’는 “김민재는 2022-2023시즌 나폴리를 33년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에 우승시켰다. 피지컬은 물론이고 기술과 정신적인 면에서도 최고다. 현재 기준 세계 최고의 센터백 수비수다”고 평가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지난 10월 16일 흥미로운 소재로 선수를 나눴다. 바로 16살부터 36살까지 연령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분류한 것이다.
‘ESPN’은 “우리는 축구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측정했다. 통계 프로그램을 참고했고, 한 선수가 팀 전체 경기력에 미친 영향력을 분석했다. 슛, 패스, 골부터 공 없을 때 움직임까지 포함했다”고 밝혔다.
김민재가 이 명단에 포함됐다. 전세계 26살 축구선수 중 세계 최고로 김민재를 선정했다. 동갑인 프렝키 더 용과 니콜로 바렐라를 제쳤다.
‘ESPN’은 “더 용과 바렐라도 훌륭한 선수들이다. 페널티박스 주변에서 팀 공격을 환상적으로 이끄는 현대적인 미드필더들이다. 하지만 둘 다 변화를 안기는 선수라기 보다, 보조적인 임무를 맡은 선수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민재를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김민재는 유럽 빅리그에서 겨우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굉장히 빛나는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는 빅터 오시멘과 흐비차 크라바츠헬리아와 함께 뛰며 과대평가 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용, 바렐라보다 김민재가 팀 승리에 끼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결론을 냈다. 앞으로 5년 동안 김민재는 세계 최고의 센터백 수비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나이대에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최고의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20살에선 주드 벨링엄, 23살은 엘링 홀란드, 24살엔 킬리안 음바페, 30살엔 해리 케인, 31살은 모하메드 살라가 각각 세계 최고 축구선수로 꼽혔다.36살 중 세계 최고는 리오넬 메시였다.
김민재는 베이징 궈안을 거쳐 페네르바체에서 김민재는 유럽 무대에 도전했다.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등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던 그는 단숨에 튀르키예(터키)를 넘어 유럽의 관심을 받았다. 페네르바체 이적 한 시즌 만에 러브콜이 쏟아졌고, 유럽5대리그 중 한 팀인 나폴리 이적을 선택했다.
나폴리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완벽하게 적응했다.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예측 수비에 짧고 긴 정확한 패스로 나폴리 후방 빌드업을 이끌었다. 기회가 생기면 풀백 진영까지 전진해 나폴리 공격을 돕기도 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리버풀 등을 만나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다.
지난 시즌 나폴리를 33년 만에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었다. 나폴리가 최강의 방패 팀이라 불리는데는 김민재 덕분이었다. 시즌이 끝나고 세리에A 사무국은 김민재를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에 선정했다.
‘2023 발롱도르’ 후보에도 김민재의 이름이 있었다. 김민재와 지난 시즌에 한솥밥을 먹었던 나폴리 동료 크바라츠헬리아, 오시멘과 바이에른 뮌헨 동료 해리 케인, 자말 무시알라를 포함해 주드 벨링엄, 킬리안 음바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발롱도르 경쟁에 열을 올렸다.
발롱도르는 ‘프랑스 풋볼’이 창설했다. 지난 1956년부터 진행됐고,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한동안 유럽 국적 선수로 한정됐지만, 2007년부터 국적과 소속 클럽 상관없이 전 세계 선수를 대상으로 바뀌게 됐다.
한국 선수로서는 5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2002년 안더레흐트(벨기에)의 설기현,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박지성, 2019년과 2022년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손흥민이 후보로 선정됐다. 수비수 포지션에 아시아로 범위를 넓히면 김민재는 역대 최초다. 김민재를 포함해 발롱도르 후보에 든 중앙 수비수는 단 3명이다. 요슈코 그바르디올과 후뱅 디아스(이상 맨체스터 시티)다.
이후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이적한 팀은 뮌헨이었다. 뮌헨의 의지가 강했다. 7월 1일부터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설정된 김민재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했다.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인 5천만 유로(약 710억 원)를 과감하게 지불했다. 김민재에게도 나폴리 시절 받은 주급보다 훨씬 많은 돈을 약속했다. 한국으로 직접 스태프들을 보내는 진심도 보였다.
맨유는 새로운 구단주 협상과 해리 매과이어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김민재에게 강하게 러브콜을 보내지 못했다. 그 사이 뮌헨이 김민재에게 접근했다. 뮌헨은 한국으로 직접 날아와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김민재를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존 수비 자원이었던 뤼카 에르난데스를 PSG(파리생제르맹)으로 보냈다. 뮌헨의 진심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프리시즌 대비 공식 기자회견에서 “에르난데스를 대체하고 싶고 누가 오는지 더는 비밀이 아니다”라며 김민재를 간접적으로 말했다.
이어 “직접적으로 말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확실한 이름을 말하지 않겠다. 우리는 앞으로 며칠 안에 (김민재 영입을) 발표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럽축구 이적 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이것은 김민재다. 바이아웃 조항은 발동됐고, 메디컬 테스트도 끝났다”라며 공식발표만 남았음을 알렸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는 크고, 빠르며 아주 믿음직스러운 수비수다. 그의 경력은 정말 독특하다. 자신의 능력을 계속해서 증명했다는 걸 보여준다. 김민재가 뮌헨으로 입단해 행복하다. 여러 차례 영상통화를 했다. 김민재는 진정한 남자다. 당장 활약할 준비가 됐다”고 김민재 영입을 크게 기뻐했다.
김민재가 뮌헨 유니폼을 입자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사랑한다. 그는 매우 침착하다. 수비에 있어 매우 용감하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빌드업을 한다”며 “특히 난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포함해 한국선수들에 대한 좋은 감정까지 설명했다. “지금까지 두 명의 한국선수들을 지도했다. 박주호, 구자철이다. 이들과 김민재가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같다. 겸손하며 성실하고 친절하다. 그렇기에 김민재에 대한 인상이 지금까지 너무 좋다”고 밝혔다.투헬 감독은 이전부터 김민재에 대한 애정을 자주 드러냈다. 뮌헨이 김민재 영입에 나선 것도 투헬 감독의 입김이 컸다. 김민재도 뮌헨 이적 이유로 투헬 감독을 꼽았다. 투헬 감독이 직접 김민재에게 영상통화를 걸며 설득했다. 뮌헨이 김민재와 계약한 직후엔 “김민재는 크고 빠르며 아주 믿음직스러운 수비수다. 유럽 최고 수비수 아닌가. 그의 이력을 보면 정말 특이하다. 자신의 능력을 계속해서 증명했다는 걸 보여준다”며 “그가 뮌헨에 있어 행복하다. 여러 차례 영상통화를 했다. 김민재는 진정한 남자다. 당장 활약할 준비가 됐다”고 크게 만족감을 나타냈다.
독일 분데스리가도 빠르게 장악했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뮌헨이 소화한 독일 분데스리가 15경기 중 14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현재 13경기 연속 풀타임 뛰고 있다. 그만큼 뮌헨 내에서 김민재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지난 19일 독일 분데스리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민재를 ‘이주의 팀’에 선정했다. 김민재가 분데스리가 이주의 팀에 선정된 건 처음이다. 분데스리가는 15라운드 ‘이주의 팀’에 김민재를 중앙수비수로 포함시키며 “김민재는 해리 케인, 플로리안 비르츠와 함께 15라운드 이주의 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 중 한 명이었다. “괴물(The monster)은 바이에른 뮌헨이 슈트트가르트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 경기장 양쪽 끝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지금까지 최고 활약을 펼쳤다. 전반전에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골을 넣었는데 후반전에 결국 분데스리가에서 첫 골을 넣었다. 또 직전에 케인이 2-0을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볼 경합에서도 무려 67%를 이겨 내며 멋진 하루를 마무리했다. 공수에서 활약이 대단했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력도 뛰어나다. 지난 18일 볼프스부르크전에선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골까지 넣었다. 장기인 철벽 수비와 빌드업은 덤이었다. 김민재의 위력은 세트피스에서 잘 드러났다. 큰 키에서 나오는 제공권으로 공격에 가담해 골망을 출렁였다. 전반 24분 프리킥 상황에서 파블로비치가 문전으로 올려준 볼에 반응했다. 높게 뛰어올라 머리를 갖다대 골을 뽑아낸 아주 정상적인 득점이었다. 그런데 긴 VAR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느린 그림으로 봤을 때도 의견이 갈릴 만큼 찰나의 차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경기장에 정확하게 오프사이드 여부를 가릴 기계가 부재했다. 독일 매체 ‘빌트’는 “바이에른 뮌헨 홈인 알리안츠 아레나의 일부 카메라가 결함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VAR에서 선조차 긋지 못했다”고 바라봤고, ‘DAZN’은 “카메라 문제로 VAR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판정을 번복할 수 없어 김민재의 골이 인정받지 못했다”며 기술적인 문제로 취소된 부분을 강조했다.
후반 10분 해리 케인의 멀티골 장면에서도 제공권을 앞세워 간접 기여를 했다. 이번에도 파블로비치가 처리한 프리킥을 김민재가 머리를 갖다댔다. 이 볼이 케인 앞으로 떨어졌고, 머리를 이용해 2-0을 만들었다. 김민재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케인의 단독 득점으로 인정했다.
김민재는 결국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폭발했다. 후반 18분 또 다시 파블로비치와 호흡이 맞았다. 파블로비치가 올려준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해 골을 뽑아냈다. 골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 상대 수비 맞고 굴절됐으나 첫 슈팅 방향이 골문을 향했기에 김민재의 득점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 골로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고 첫 득점 포효를 했다.
경기 최우수 선수(MOM)에도 김민재가 선정됐다. 축구 통계 전문 ‘소파스코어’는 김민재에게 8.3점을 주면서 양팀 통틀어 최고점을 부여했다. 멀티골을 넣은 케인보다도 더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였다. 또 다른 통계 업체 ‘후스코어드닷컴’도 김민재에게 케인보다 높은 팀 내 최고 평점을 줬다.’유로 스포르트’ “김민재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상대로 잊을 수 없는 밤을 보냈지만 이날 인상적인 수비를 다시 잘 보여줬다. 공격에서도 불굴의 정신력을 과시했다”며 평점 9점을 줬다.
독일 매체 ‘키커’와 ‘빌트’도 김민재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키커’ 또한 케인보다 김민재에게 더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또 김민재를 독일 분데스리가 ‘이주의 팀’에 넣었다. 김민재가 ‘이주의 팀’에 선정된 건 올 시즌 두 번째다.
뮌헨은 벌써부터 김민재의 아시안컵 차출을 걱정한다.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이 내년 1월 12일(이하 한국시간)부터 2월 10일까지 카타르에서 열린다. 한국은 바레인,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한 조에 편성됐다.
김민재는 한국 대표팀에게도 중요한 자산이다. 수비의 핵심이자 빌드업의 시작이다. 당연히 김민재의 대표팀 소집도 예고된 상황. 아시안컵은 내년 1월 12일부터지만 대표팀 소집 기간은 그보다 더 빨리 진행된다. 뮌헨은 비상이다. 김민재를 대체할 수비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쉴 시간을 주기 힘들었을 정도로 김민재가 뮌헨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렇기에 뮌헨에서 김민재는 쉴 시간이 없었다. 뮌헨의 센터백 구성 환경이 문제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더 리흐트 등 월드클래스로 센터백 수비진을 구성했지만 숫자 부족이 문제였다. 부상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던 깊이 문제가 시즌 초반부터 터지면서 김민재 홀로 부담을 지게 됐다.
괴물답게 김민재만 신체적으로 단단함을 유지했을 뿐 우파메카노와 더 리흐트가 돌아가며 다쳤다. 결국 김민재는 매 경기 선발로 나섰다. 90분 풀타임을 계속해서 소화했다. 오죽하면 독일 현지 매체까지 나서서 김민재 혹사 문제를 지적할 정도였다.
11월 A매치 직전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김민재는 뮌헨이 보유한 3명의 수비수 중 유일하게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며 “올여름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는 올 시즌 소화 가능한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990분 중 959분을 뛰었다. 챔피언스리그도 조별리그 4경기를 다 뛰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김민재는 큰 휴식 없이 이번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뮌헨 내부에선 김민재 영입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뮌헨 디렉터는 “김민재는 정말 특출난 선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축구와 훈련, 운동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좋다”며 “뮌헨이 김민재를 데리고 있는 건 큰 행운이다. 앞으로 김민재가 뮌헨에서 보여줄 활약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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