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슈퍼리그는 어떻게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유럽사법재판소 판결 이후 익명의 투자자들에게 ‘메가톤급’ 지원을 받았다. 슈퍼리그 출범 이후 3년 동안 프로젝트를 실행할 금액이다.
스페인 매체 ‘엘 에스파뇰’은 25일(한국시간)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의 슈퍼리그가 3년 자금을 지원 받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을 포함한 다수 구단이 합류를 반대했지만 두둑한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투자자들에게 150억 달러(약 21조 4995억 원)에 달하는 투자액을 받았다. 투자금은 슈퍼리그 출범 이후 3년 동안 쓸 수 있는 액수다. 유럽 구단들이 슈퍼리그 출범을 반대하는 상황이라, 잠재적인 해결책으로 천문학적인 자본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레알 마드리드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은 2021년 미국 자본과 함께 새로운 축구 대회를 발표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 귀속된 현 상황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리그 운영을 계획했다.
초기안은 메이저리그(MLB)처럼 승강제 없는 토너먼트였다. 유럽 톱 클래스 팀이 모여 매 라운드 빅 매치를 이어가는 새로운 시스템이었다. 막대한 중계권료를 포함한 천문학적인 수익 모델로 새 시대를 열려고 했다.
실제 유럽 톱 클래스 팀이 슈퍼리그 출범에 찬성표를 던졌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토트넘 홋스퍼, 리버풀이 참여하기로 했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선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선 유벤투스, AC밀란, 인터밀란이 손을 들었다.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를 포함한 독일 분데스리가와 프랑스 리그앙 파리 생제르맹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유럽 빅 클럽 대부분이 참가 의사를 전달했기에 슈퍼리그 출범은 시간 문제인 듯 보였다.
UEFA와 FIFA는 슈퍼리그 출범에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슈퍼리그에 참가한다면 “UEFA 주관대회와 FIFA 주관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현지 팬들도 슈퍼리그는 축구 근본과 연고지 팀을 무시하는 거라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UEFA와 FIFA의 철퇴 성명과 현지 팬들의 엄청난 반발에 슈퍼리그 출범이 흔들렸다. 프리미어리그 팀을 포함한 팀들이 하나둘 슈퍼리그 철회를 알렸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유벤투스를 제외한 모든 팀이 슈퍼리그에서 발을 빼면서 ‘3일 천하’로 끝나게 됐다.
페레즈 회장은 UEFA와 FIFA를 상대로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했다. 슈퍼리그 잔류를 선언하면서 유럽사법재판소에 ‘철퇴 성명’이 가능한지 법적인 판결을 제안했다.
2년 뒤, 유럽사법재판소는 슈퍼리그 쪽에 손을 들었다. 이들은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비차별적이고 비례적인 걸 보장해야 하는데 UEFA와 FIFA는 지배적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클럽의 자의적인 성격을 고려해야 하며 자유를 제한하면 안 된다. 슈퍼리그 프로젝트가 무조건 승인되어야 한다는 건 의미는 아니다”라며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이 각 구단에 슈퍼리그 참가를 금지하는 건 불법이라 판정했다.
슈퍼리그 출범을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UEFA와 FIFA가 슈퍼리그 참가 팀 혹은 선수에 철퇴를 가할 수 없다는 판결이다.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에 ‘BBC’도 “이것이 슈퍼리그 출범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2021년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슈퍼리그를 빠르게 빠져 나갔다.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와중에 많은 반발심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점을 단기간에 해소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슈퍼리그는 2021년 첫 주장과 달리 승강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유로파컨퍼런스리그처럼 단계별 디비전을 구축할 예정이다. 총 80개 팀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고 모든 축구 팬에게 무료 중계를 보장할 방침이다.
페레즈 회장은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에 매우 만족한다. 유럽 축구는 결코 독점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늘부터 구단들은 운명의 주인이 될 것이다. 스포츠 현대화와 전 세계 팬 시선을 모을 대회를 제안하고 홍보할 권리를 인정 받았다. 우리는 축구의 이익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70년 전 유러피언컵 창설로 축구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이제 유럽 축구에 절실하게 필요한 새로운 추진력을 제공할 차례다. 국내 대회와 완전히 호환되는 현대적인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옹호할 것이다. 유럽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축구 역사와 스포츠에 있어 중요한 날”이라고 주장했다.
바르셀로나도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에 만족한다. 슈퍼리그는 새로운 엘리트 대회의 길이다. 우리는 1899년에 창단된 이후 항상 축구계를 선도하는 구단이었다. 모두가 참여하는 다양한 대회에서 전문화된 구조를 위해 노력했다. 유럽 축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슈퍼리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일정 팀에 과부하, 과도한 경기 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를 규제하며 선수와 팬 중심 경쟁 시스템을 원했다. 국내 대회의 기능과 지속가능성을 존중하며 능력주의를 추진한다”라며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슈퍼리그를 지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를 제외한 다른 팀은 슈퍼리그에 회의적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 UEFA 대회에 참가하고 유럽 축구의 지속적인 발전을 원한다. UEFA와 프리미어리그 팀들과 긍정적인 협력에 전념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 홋스퍼, 첼시, 아스널도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유럽 축구 가치에 전념하고 있다. ECA를 통해 팀들과 연대하고 UEFA 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알렸다.
리버풀도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을 지켜봤다. 우리는 슈퍼리그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슈퍼리그 출범에 관여하지 않겠다. 앞으로도 유럽클럽연합(ECA)를 통해 팀들과 협력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주요 팀이 슈퍼리그 출범에 비판적인 반응이었다.
이탈리아축구협회까지 “스포츠의 일반적인 원칙을 지키고 국제 일정을 존중한다. 국내 리그를 보호하겠단 의사를 또 한 번 밝힌다.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에 대해선, UEFA와 FIFA 회원으로서 일반 원칙을 지키고 자국 리그를 보호하겠단 입장이다. 국내법과 국제법을 준수하며 이탈리아 축구의 최선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슈퍼리그는 이런 원칙에 위배되는 프로젝트”라며 반대 성명을 냈다.
UEFA는 “우리는 유럽 축구 체계를 수호해 현대 사회에 봉사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각국 협회, 리그, 클럽, 팬, 선수, 코치, EU 기관, 정부 및 파트너들과 유럽식 스포츠 모델을 발전하고 만들어 나갈 것이다. 유럽 축구 체계가 ‘탈퇴’라는 위협에 직면한다면, 유럽의 법과 각국의 법들이 보호장치로 지켜줄 거라고 믿는다”라면서 슈퍼리그 측과 법정 다툼에서 패소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단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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