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소문만 무성하던 인수에 마침표를 찍었다. 영국 출신의 억만장자 사업가 짐 랫클리프 경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분 25%를 인수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네오스(INEOS) 그룹의 랫클리프 회장이 글레이저 가문이 소유한 클래스B 지분 25%를 취득했다. 이 금액은 12억 파운드(약 1조 9,860억 원)에 달하며 향후 클래스A 주식 25%도 매입하는 데도 글레이저 가문과 합의했다. 이를 통해 글레이저 가문과 클래스A 주주는 동일하게 주당 26파운드(약 4만 원)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 작업은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드으이 승인 절차를 받기까지 최대 8주가 걸릴 전망이다. 이후에는 랫클리프 경이 직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운영권을 확보해 남녀 축구팀 및 아카데미를 총괄한다. 아울러 랫클리프는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를 재개발하는 프로젝트에 2억 3,600만 파운드(약 3,905억 원)를 별도 투자하기로 했다.
랫클리프 경이 운영하는 이네오스는 세계 석유화학회사 8위의 규모를 자랑하며 그의 자산 가치는 영국 최고 부호라는 평가다. 평소 스포츠에 상당한 애정을 표해온 랫클리프 경은 이미 OGC니스(프랑스), 로잔FC(스위스), 라싱 클루브 아비디안(코트디부아르) 등 축구 구단은 물론 럭비팀 올블랙(뉴질랜드), 포뮬러1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소유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에도 오랫동안 관심을 보여왔다. 1년여 가까이 카타르 최대 은행 중 하나인 카타르 이슬라믹 은행(QIB)의 회장인 셰이크 자심, 그리고 핀란드 1부리그 HJK 헬싱키 소유주이자 사업가인 토마스 질리아쿠스 등과 인수 입찰 경쟁을 벌여왔다.
그동안 글레이저 가문이 요구하는 인수 금액이 상당해 여러 소문이 만들어졌지만 랫클리프 경은 꾸준하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운영하는 뜻을 내비쳤다. 결국 지분 25%를 사들이는데 성공한 랫클리프는 “맨체스터의 로컬 보이이자 평생 서포터인 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운영권을 가질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상업적인 성공을 안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항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겠다”라고 천명했다.
이어 “우리 스포츠그룹의 글로벌한 전문성과 지식을 앞세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더 큰 발전을 도모하겠다. 구단의 잠재력은 여전하다. 또, 올드 트래포드 개발이 가능하도록 자금도 지원하겠다”며 “우리의 야망은 분명하다. 우리 모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잉글랜드, 유럽 더 나아가 세계 축구 정상에 오르는 걸 다시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랫클리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빠르게 재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고위층 보드진 교체를 준비한다. 리차드 아놀드가 떠난 자리를 채울 새로운 CEO부터 선출할 전망이다. 현재 유력한 후보로는 유벤투스와 파리 생제르맹에서 고위 임원직을 맡았던 장 클로드 블랑이 거론된다. 더불어 새로운 영입 디렉터로는 사우샘프턴과 토트넘 홋스퍼, AS모나코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세웠던 폴 미첼이 예상된다. 현재 미첼은 올드 트래포드 근처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올드 트래포드를 리모델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은 축구사에 있어 ‘꿈의 무대’라 불리지만 1909년 처음 시공된 역사로 시설이 노쇠화된 상태다. 최근에도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화장실 누수 장면이나 천장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사진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고 있다.
홈구장은 구단의 얼굴이라 할 수 있어 재개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일었다. 지난해 올드 트래포드 재개발을 위한 건축가를 임명하고, 타당성 조사에 나선 가운데 랫클리프 경의 자본이 더해지면서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인수 문제가 길어지는 동안 구단 명성이 많이 하락했다. 2005년 미국에 기반을 둔 사업가 말콤 글레이저가 7억 9,000만 파운드(약 1조 3,075억 원)에 인수해 지금까지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2014년 말콤이 고인이 된 후로는 자녀들이 공동 구단주로 일을 해왔다.
그러나 축구단 운영 관리에 있어 제대로 된 투자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서포터는 주기적으로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을 떠나길 요구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글레이저 아웃’이라는 문구가 자주 보였다. 심지어 경비행기를 이용해 하늘에서도 시위를 하는 강성도 보여왔다.
글레이저 가문은 지난해 11월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겠다”며 사실상 매각을 암시했다. 그때부터 인수 입찰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들렸다. 팬들에게는 글레이저 가문이 손을 확실하게 떼는 100% 지분 인수를 내세운 카타르 측을 지지했으나, 운영권은 놓되 지분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한 이노에스 그룹과 합의하며 1년여 시간을 끌어오던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구단이 이제 안정기를 되찾을 계기를 마련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심각한 부진을 끊어내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9승 1무 8패 승점 28점에 그쳐 8위에 머물러 있다. 시즌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여 이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한 상황이다.
특히 연말에 도드라지는 슬럼프를 겪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31년 만에 공식전 4경기 연속 무득점의 불명예 기록을 썼다. 축구 통계 업체 ‘옵타’에 따르면 1992년 11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시절 이후 처음으로 4경기 내리 득점에 실패하고 있다. 무려 6시간 21분 동안 무득점인 가운데 실점은 6골에 달하면서 도저히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행보를 보여준다.
자연스레 에릭 텐 하흐 감독의 거취도 불안해졌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부임해 변화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2년차 성적은 형편없다. 웨스트햄전 패배로 프리미어리그 8위까지 떨어졌다. 경질 관련해 빨간불이 들어와도 이상할게 없다는 시선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부진을 살핀 스페인 언론 ‘아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크리스마스 이전에 이렇게 많은 경기에서 패한 건 1930-31시즌 이후 유일하다”며 “텐 하흐 감독의 전임자들은 그보다 더 높은 순위에서 해고됐다. 데이비드 모예스와 올레 군나르 솔샤르 전 감독은 7위에서 해임됐고, 조제 무리뉴와 루이스 판 할도 각각 5위, 6위였다”고 꼬집었다.
랫클리프 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바꾸고 싶어한다. 인수 마무리 직후 현지 언론은 텐 하흐 감독의 미래는 물론 제이든 산초, 해리 매과이어, 카세미루, 라파엘 바란, 브루노 페르난데스 등도 이적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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