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류현진(36)을 데려오면 금전적으로 무리 없이 경험과 안정감, 뎁스를 더할 수 있다. 연봉 1000만 달러(약 130억원)가 예상되니까.”
미국 샌디에이고 지역매체 ‘이스트빌리지타임스’는 22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어울릴 FA 영입 후보 5명 가운데 하나로 베테랑 좌완 류현진을 꼽았다. 류현진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약 1040억원)에 첫 FA 계약을 하면서 에이스 대우를 받았다. 올해로 토론토와 4년 계약이 끝나 다시 FA 시장에 나왔는데, 30대 후반의 나이와 지난해 팔꿈치 수술 이력 탓에 고액을 받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은 그래도 류현진이니까 1년 10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은 충분히 따낼 수 있을 것이라 바라보고 있다.
이스트빌리지타임스가 류현진을 샌디에이고에 추천한 이유는 왼손 선발투수이면서 저렴하기 때문이다. 매체는 ‘샌디에이고는 필사적으로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후안 소토 트레이드로 많은 투수를 데려왔는데도 선발 로테이션 앞쪽만 무게감이 있고, 깊이가 부족하다. 류현진을 추가하면 선발 로테이션 중간(4~5선발)에 안정감과 경험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샌디에이고는 올겨울 페이롤(선수단 연봉 총액)을 2억 달러 이하로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고, 이달 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하면서 몸집을 줄였다. 이때 마이클 킹, 드류 소프, 조니 브리토, 랜디 바스케스 등 투수 4명에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까지 받아왔다. 투수 수는 확실히 늘렸으나 엘리트급 선발투수는 없다.
이스트빌리지타임스는 ‘류현진은 2019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 투수를 통틀어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2.32)을 기록했고, 덕분에 그해 올스타로 선정되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최종 2위에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단축 시즌을 치른 2020년에는 토론토 소속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다’고 에이스로 활약했던 류현진의 과거를 짚었다. 양키스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투수들과 비교하면 당장은 류현진이 훨씬 무게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부상 이력은 걸림돌이긴 하다. 이스트빌리지타임스는 ‘류현진은 2021년부터 부상과 씨름했다. 2022년과 2023년 사이에는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79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2022년 시즌 중반에는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올 시즌 후반기에야 복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상 복귀 이후 행보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매체는 ‘류현진은 부상에서 돌아왔을 때 매우 잘 던졌다.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3.46, 123 ERA+(조정평균자책점, 100이 기준점)를 기록했다. 류현진이 2024년 풀타임으로 이 성적을 다시 낼 수 있다면, 가장 견고한 중간 선발투수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좌완 블레이크 스넬의 공백을 채울 적임자로도 봤다. 스넬은 올해 32경기, 14승9패, 180이닝, 234탈삼진, 평균자책점 2.25, 182 ERA+를 기록하면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인 2018년 21승, 평균자책점 1.89 시즌을 보내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이후 2번째 영광이었다. 스넬은 올겨울 FA 시장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25)와 함께 선발투수 대어로 꼽히고 있다. 몸집 줄이기를 하고 있는 샌디에이고가 쉽게 붙잡을 수 없는 카드로 분류된다.
이스트빌리지타임스는 ‘샌디에이고는 선발투수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이영상 투수 스넬이 떠난 이후 좌완이 필요하다. 샌디에이고의 40인 로스터에 왼손 투수는 단 3명뿐이다. 류현진을 추가하면 금전적 부담 없이 경험과 안정감, 뎁스를 추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FA 재자격을 얻으면서 메이저리그 잔류와 한국 복귀를 두고 꽤 고심했다.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친정팀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고 못을 박아뒀다. 이달 중순쯤이면 본인의 행선지가 정해질 것으로 바라봤는데, 선발투수 최대어 야마모토가 여전히 시장을 관망하는 상황이라 투수 FA 시장이 정체돼 있다. 지금 분위기면 내년 1월까지는 기다려야 류현진의 거취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일찍이 메이저리그 잔류를 못 박았다. 보라스는 “매우 많은 빅리그 구단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류현진은 내년에 한국이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투구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류현진은 스토브리그 내내 영입하면 좋은 FA 선발투수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보라스가 그저 잘 포장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줬다.
샌디에이고는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내야수 김하성(28)이 주축으로 뛰는 팀이기도 하다. 미국 언론은 현재 김하성의 트레이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 그대로 남고 류현진마저 합류한다면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의 지구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는 최근 외야수 이정후(25)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69억원) 특급 대우를 받고 합류했다. 이스트빌리지타임스의 예상대로 샌디에이고가 움직인다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대거 모이는 재미있는 그림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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