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수비의 핵 ‘괴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없는 나폴리가 코파 이탈리아 16강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맛봤다. 지난 시즌 세리에A 우승팀이 리그에서도 승리했던 팀에 패했다는 점에서 충격은 상당했다.
나폴리는 20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의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열린 2023-24 코파 이탈리아 16강전에서 프로시노네에 0-4로 완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프로시노네는 올 시즌 세리에A 승격팀이다. 리그에서 3-1로 이겼던 팀이다. 역대 프로시노네와의 겨루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나폴리였지만, 코파 이탈리아에서 충격적인 패배와 마주했다. 1958년 라치오전 이후 63년 만에 홈에서 0-4 대패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남겼다.
왈테르 마자리 나폴리 감독은 팬들 앞에서 사과했다. 경기 상황을 전한 이탈리아 신문 ‘칼치오 메르카도’는 ‘마자리 감독이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상대가 더 잘했다고도 인정했다. 팬들은 분노했다’라고 전했다.
이날 나폴리는 자코모 라스파도리, 지오바니 시메오네, 야스퍼 린드스트룀 등을 공격수로 내세웠다. 지난 시즌 리그 득점왕 빅터 오시멘과 ‘조지아 마라도나’로 불리는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는 리그를 무게를 두기 위해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전반 흐름은 나폴리가 좋았다. 37분 시메오네가 골망을 흔들었지만, 비디오 분석(VAR) 결과 핸드볼 파울로 무효가 됐다. 전반에 득점하지 못했던 나폴리는 후반 대거 선수 교체로 분위기를 바꾸려 했고 흐비차, 오시멘이 동시 등장했지만, 빠른 역습에 수비가 무너지며 순식간에 0-2로 밀리더니 추가시간에만 두 골을 헌납하며 무너졌다.
앞서 나폴리는 SC브라가(포르투갈)를 2-0으로 이기고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 올랐고 이어진 리그 16라운드에서도 칼리아리를 꺾어 인테르 밀란, 유벤투스에 연패했던 흐름을 끝냈다.
하지만, 프로시노네를 편하게 대했다가 제대로 역공을 당하며 무너졌다. 모두가 오시멘, 흐비차의 등장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이를 두고 마자리 감독은 “늘 선발로 나서는 선수들은 벤치에서 대기하다 나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선발로 나서지 않던 선수들이 뛰니 더 잘했다. 이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분석했다.
종료 후 5만이 넘는 팬들은 야유를 쏟아내며 선수단에 분노를 표현했다. 주심의 종료 호각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마자리 감독도 “축구에서 패배는 있는 일이지만, 0-4 패배는 아니다. 미래를 위한 교훈이 됐으면 한다”라며 약이 되기를 기대했다.
물론 리그나 UCL에 비교하면 비중이 떨어지는 컵대회지만, 승격팀에 패한 것은 분노하고도 남을 일이다. 리그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 1위 인테르 밀란에 승점 14점 차 밀린 5위다. 6위 피오렌티나와는 승점 동률에 골득실에서 앞섰을 뿐이다.
지난 시즌에도 코파 이탈리아 16강에서 탈락했던 나폴리다. 당시는 크레모네세와 만났고 승부차기에서 패하며 탈락해 어느 정도는 이해도 됐다. 김민재는 후반 38분에나 등장했다. 리그 우승으로 모든 아픔이 치유됐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마자리 감독은 “훈련 시간도 없이 이틀에 한 번 꼴로 경기하는 것은 힘들다”라는 솔직한 마음을 전했지만, 팬들은 수비가 너무 쉽게 무너진 것에 화를 냈다. 특히 김민재의 대안으로 영입된 나탄이나 레오 외스티고르의 형편 없음에 더 분노했다는 후문이다.
반대로 디 프란체스코 프로시노네 감독은 “이번 이변을 만드는 과정에는 모두의 노력이 수반됐다. 자기희생을 통해 얻은 결과다. 정말 훌륭한 경기였다”라며 “서로 돕고 제 지시에 잘 따랐다”라며 확실한 동기 부여를 통한 승리를 만들었음을 강조했다.
개인이 아닌 팀의 역량을 강조했던 디 프란체스코 감독이다. 그는 “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정과 노력도 있어야 한다”라며 나폴리에 비교 우위였던 이유로 팀을 강조했다.
지난 시즌 나폴리는 김민재가 후방에서 몸을 던져가며 수비해 귀중한 승리를 얻은 경우가 많았다. 올 시즌에는 이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는 나폴리다. 오시멘과는 인종 차별적인 홍보물로 불화설에 휘말렸다. 리그 흐름이 갈지자인 상황에서 컵대회 탈락으로 김민재의 헌신하던 모습만 팬들 그림자에 더 짙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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