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LA 에인절스 유니폼만 입고 뛰었던 오타니 쇼헤이가 ‘지역 라이벌’ LA 다저스로 이적하게 되면서 마이크 트라웃만이 덩그러니 남겨진 가운데,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선수로 뛰고 있는 크리스 배싯(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트라웃이 팀을 옮길 수 있기를 희망했다.
지난 2018년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오타니가 에인절스의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으면서 한가지 단어가 생겨났다. 바로 ‘트라우타니’다. 트라우타니는 에인절스는 물론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웃과 오타니의 이름이 합쳐진 단어로, 오타니-트라웃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타선을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되곤 했다. 특히 2021년 오타니의 타격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사용 빈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에인절스는 오타니와 트라웃까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플레이어’를 두 명이나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원하는 성과는 단 한 번도 얻지 못했다. 오타니가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은 초반은 물론, 2021년 전세계적으로 ‘이도류’ 열풍을 불러일으켰을 때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오타니는 단 한 번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하고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오게 됐다.
에인절스에 몸담고 있던 오타니가 FA를 통해 팀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은 늘 쏟아졌는데,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팀의 부진 때문이었다. 오타니는 미국과 일본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면 늘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오타니의 발언 수위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해졌고, 2023시즌이 종료된 후에는 오타니가 에인절스를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됐다.
오타니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뒤부터 수많은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최종 행선지가 된 다저스를 비롯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에인절스가 오타니의 거취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는 전세계 야구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는 ‘오보’가 나오기도 했는데, 오타니의 최종 행선지는 다저스였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10년 7억 달러(약 9154억원)이라는 전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오타니가 에인절스를 떠나게 된 가운데 이제는 트라웃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타니가 떠난 만큼 에인절스는 더욱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들어지게 된 까닭이다. 게다가 올 시즌 중 트라웃은 ‘트레이설’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트라웃은 지난 2019시즌 개막에 앞서 에인절스와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580억원)의 잭팟 계약을 맺었다.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아직 7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미국 ‘USA 투데이’의 밥 나이팅게일이 트라웃이 에인절스를 떠날 마음이 있다면, 에인절스 또한 이를 승인할 생각이라는 소식을 전하면서다.
트라웃은 유구골 골절로 시즌을 강제로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트레이드설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존 카르피노(에인절스 회장)과 이미 대화를 나눴다. 앞서 말했듯이 지난해와 똑같은 일을 할 것이다. 지난 13년 동안 비시즌에 봄을 준비하고, 봄에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는 것을 반복해왔다”고 말했다. 트레이드에 대한 부정적인 대답을 늘어놨지만, 그렇다고 트레이드를 희망한다거나, 거부한다는 등에 대한 명확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최근 페리 미나시안 단장은 “몇몇 빅마켓 구단들이 트라웃 트레이드 가능성을 문의했지만, 트라웃은 내년 시즌에도 에인절스에서 뛸 것”이라고 트레이드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트라웃은 트레이드설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토론토에서 올 시즌 16승을 수확하며 아메리칸리그 ‘다승왕’에 오른 배싯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최근 배싯은 ‘MLB 네트워크’에 몸담았던 크리스 로즈가 진행하는 ‘크리스 로즈 로테이션’에 출전해 “오타니가 더 이상 에인절스에 없는 지금, 야구 팬으로서 트라웃의 트레이드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틀림이 없다”며 트라웃이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을 희망했다. 배싯은 “트라웃이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뛰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배싯이 필라델피아행을 주장한 것을 트라웃의 고향이 필라델피아를 연고지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선수 입장에서 배싯은 트라웃이 조금 더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이적하기를 희망한 것. 배싯은 “팬의 시선에서 트라웃과 브라이스 하퍼가 한 팀에서 뛰게 된다면, 그들과는 맞붙고 싶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트라웃은 내 생각에 메이저리그 TOP 5 안에 드는 선수다. 내년 10월 후반(포스트시즌)에도 야구를 하는 팀에서 트라웃이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트라웃은 그럴 자격이 있고, 야구 팬들도 그를 볼 자격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에인절스는 트라웃의 트레이드에 대해 못을 박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배싯의 바람 대로 트라웃이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돼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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