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김연경을 ’배구여제’라 부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코트에서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단연 최고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에서도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원팀으로 만드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1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는 풀세트까지 가는 명승부였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36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옐네나 16점, 레이나 11점, 이주아 10점, 김미연 7점으로 뒤를 받쳤다. 세트 스코어 3-2(26-24 22-25 25-18 22-25 18-16)로 승리한 흥국생명은 13승 2패(승점35)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많은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이날 최고의 선수는 박혜진이었다. 흥국생명 주전 세터 이원정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에 뛸 수 없게 되자 박혜진이 선발 출전했다.
선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박혜진은 2020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세터다. 지난해에는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등 차세대 국가대표 세터로 불린 선수였다. 하지만 2022-2023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오른쪽 무릎 연골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면서 수술대에 올랐고 지난 16개월 동안 긴 치료와 재활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날이 그녀의 올 시즌 첫 경기이며 복귀전이었다.
선발 출전한 박혜진은 경기 초반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코트에는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은 박혜진이 실수하면 부드럽게 다독이며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힘들고 포기하려는 모습이 보이면 직선적이고 솔직한 말로 자극해 투쟁심을 불러일으켰다. 박혜진은 김연경을 믿고 따랐고 토스의 질은 김연경과 함께 향상됐다.
김연경은 강한 말로 박혜진을 나무라다가 장난치고 웃으며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김연경 덕분에 박혜진은 침착하게 게임을 풀어갈 수 있었고 세트 성공률 41.96%를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했다. 이는 아시아최고 세터로 불리는 폰푼보다 높은 수치였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김연경은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끌고 4강 신화를 이끌었다. 당시 그녀는 위기의 순간 득점을 기록하는 모습뿐 아니라 팀이 흔들릴 때 동료들을 다독이며 원팀으로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그랬다. 위기의 순간 흥국생명의 젊은 세터 박혜진을 다독이며 여전한 존재감을 뽐냈다.
김연경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동요하는 선수들을 잡고 똘똘 뭉치며 승리로 이끌었다.
[김연경이 박혜진을 격려하고 있다 / KOVO(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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