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다저스와 함께할 순간이 정말 기다려진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다.”
드디어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29, LA 다저스)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대중 앞에 섰다. 오타니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다저스와 위대한 여정을 시작하는 소감을 밝혔다.
미국 언론은 지난 10일 오타니와 다저스가 10년 총액 7억 달러(9051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에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팔꿈치 수술 여파로 내년에는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타니가 FA 시장에 나오기 전부터 5억 달러에 이르는 역대급 계약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고, 개장 후 오타니 영입전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으면서 6억 달러설까지도 나왔으나 7억 달러는 꽤 충격적인 금액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물론,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역대 최고액이었다.
오타니는 “시간을 내서 입단식에 참석한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여기서 뛸 기회를 준 다저스 구단과 마크 월터 구단주,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 등에게 감사하다. 지난 6년 동안 함께했던 에인절스 구단에도 감사하다. 지난 6년의 추억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이적 과정에서 힘을 써 준 모두에게 감사하다. 다저스와 함께할 순간이 정말 기다려진다”고 이야기했다.
입단식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입단식을 앞두고 오타니를 취재하려는 취재진이 다저스타디움 앞에 줄을 지어 서 있어 놀라움을 안겼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취재진이 줄 서 있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오타니 입단식 80분 전 미디어 라인’이라고 적어 뜨거운 열기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오타니는 “오늘(15일) 미디어만 참석한다고 들었는데, 너무 많은 분이 함께해 주셔서 놀랐다”고 말하며 감사를 표했다.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부문 사장은 “전세계 다저스 팬들에게 오타니를 소개할 수 있어 흥분된다. 오타니는 그라운드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그라운드 밖에서도 훌륭한 선수”라고 극찬하며 슈퍼스타를 품은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월터 다저스 구단주는 오타니에게 직접 등번호 1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혀줬고, 프리드먼 사장까지 나란히 서서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그리고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오타니는 다저스를 선택한 이유와 관련해 “몇몇 구단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내가 만나 대화를 나눈 모든 팀이 좋았다. 한 팀을 선택해야 했고, 그게 다저스였다. 지금 스토브리그가 진행 중이기에 다른 팀을 말하는 것은 실례가 될 것 같다. 다저스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미팅했을 때 구단 수뇌부들이 지난 10년 동안 한 차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것을 실패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나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다. 사람들이 챔피언십을 되돌아봤을 때 챔피언 팀엣 내가 핵심 멤버이고, 큰 부분을 차지했던 사람이었다고 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타니의 7억 달러 계약에는 독특한 세부 조건이 포함돼 있어 또 한번 놀라움을 안겼다. 7억 달러 가운데 6억8000만 달러를 사후 지급받는다. 오타니는 앞으로 계약 기간인 10년 동안은 연봉 2000만 달러)만 받으면서 생활하고, 10년 계약이 끝난 시점인 2034년부터 2043년까지 남은 6억8000만 달러를 분할해 지급받을 예정이다. 다저스가 우승 전력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본인의 몸값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게다가 다저스 구단주 월터나 프리드먼 사장이 팀을 떠날 경우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까지 포함했다. 옵트아웃은 계약 기간 중에 선수가 남은 연봉을 포기하는 대신 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수뇌부 교체로 팀의 방향성이 바뀌면 언제든 떠나겠다는 게 오타니의 생각이다. MLB 한 임원은 USA투데이에 “선수 계약에 이런 조항이 포함된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오타니는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한 것관 관련해 “모두 우승이라는 같은 페이지를 바라보고 가는 팀이다. 월터 구단주와 프리드먼 사장은 이 팀을 이끄는 2명이다. 나는 이 2명과 계약했다고 생각한다. 둘 중 한 명만 없어도 통제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한다.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후 지급 건과 관련해서도 “내 아이디어였다. 구단이 부담이 없을 방법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저스 팬을 얼마나 아는지 묻는 질문에 오타니는 “지난 6년 동안 애너하임(에인절스 연고지)에서 뛸 때도 경기장의 절반은 파란색(다저스 상징색)이었다. 다저스 팬들이 얼마나 열정적인지 안다”며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또 하나의 이슈는 오타니가 올해 MVP 발표 중계에서 함께한 그의 반려견이었다. 지금까지 반려견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오타니는 관련 질문이 나오자 “데코이(Decoy)”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은 ‘오타니 강아지 이름은 데코이’라고 일제히 속보로 처리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오타니는 올해 타자로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4(497타수 151인타), OPS 1.066, 44홈런, 95타점, 102득점, 투수로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5패, 132이닝, 167탈삼진,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면서 부상에도 여전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 또 메이저리그 최초로 2차례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 MVP(2021, 2023년)를 차지하는 등 ‘유니콘’ ‘슈퍼스타’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오타니는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통산 6시즌을 뛰면서 투타 겸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타자로는 701경기, 타율 0.274(2483타수 681안타), 171홈런, 437타점, OPS 0.922를 기록했다. 투수로는 팔꿈치 수술로 2019년 한 시즌을 쉬는 바람에 5시즌 통산 86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38승19패, 481⅔이닝, 608탈삼진,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가 에인절스에서 지난 6년을 뛰어넘는 투타 겸업 스타로 활약을 이어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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