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청담동 박승환 기자]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각종 시상식의 ‘단골 손님이’ 된 손아섭(NC 다이노스)와 노시환(한화 이글스)가 재치 넘치는 입담을 쏟아냈다.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는 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호텔리베라에서 ‘2023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을 개최했다. 은퇴 선수들의 투표로 수상자가 선정되는 이번 시상식에서 ‘최고의 선수’로 손아섭, ‘최고의 타자’로 노시환이 선정됐다.
지난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29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고 현재는 NC 다이노스에 몸담고 있는 손아섭은 올해 최고의 해를 보냈다. 올해보다 성적이 좋았던 해도 있지만, 지금과 같이 ‘수상’과 많은 연이 닿은 시즌은 없었다. 손아섭은 올해 140경기에 출전해 187안타 5홈런 65타점 97득점 타율 0.339 OPS 0.836의 성적을 남겼다.
프로 무대를 밟은 뒤 17시즌 동안 3할 타율 이하를 기록한 경험이 단 4차례에 불과했던 손아섭은 올해 187안타를 몰아치며 ‘최다 안타’ 타이틀과 함께 타율 0.339로 생애 첫 ‘타격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8년 연속 150안타와 KBO리그 역대 두 번째 11시즌 연속 200루타의 기록은 덤이었다. 그 결과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노시환도 손아섭과 같이 잊을 수 없는 한해를 보냈다. 노시환은 올해 131경기에 출전해 31개의 아치를 그리고 101타점을 쓸어 담으면서 ‘홈런왕’과 함께 ‘타점왕’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시즌 성적은 153안타 31홈런 101타점 85득점 타율 0.298 OPS 0.929로 ‘커리어 하이’. 게다가 항저우 아시안게임(AG)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승선해 우승과 준우승에 큰 힘을 보탠 결과 ‘최고의 타자’로 선정됐다.
이날 ‘최고의 선수’와 ‘최고의 타자’로 꼽힌 손아섭과 노시환은 재치 넘치는 입담 대결을 펼쳤다. 그 시작은 손아섭이었다. 노시환이 29개의 홈런을 친 후 좀처럼 30호의 맛을 보지 못하던 중 8경기 만에 아치를 그려내며 개인 첫 30홈런의 고지를 밟았다. 당시 노시환이 홈런을 터뜨리지 못한 배경에는 바로 손아섭이 있었다. 손아섭이 메시지로 ‘아홉수’라는 이야기를 꺼낸 까닭이었다.
‘아홉수’ 사건을 시작으로 이들의 디스전은 본격 시작됐다. 노시환은 지난4일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최고 타자상’을 수상한 뒤 “꿈이 홈런 타자였는데, 홈런왕도 되고 이렇게 타이틀도 받은 것 같다”고 말 문을 열더니 “다음 꿈은 타격왕이다. (손)아섭 선배님이 긴장 좀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에서 기회가 찾아온 손아섭이 반격에 나섰다.
이날 두산 베어스의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김택연은 프로 무대를 밟은 뒤 손아섭을 상대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는데, 손아섭은 “후배들에게서 이름이 거론된다는 자체가 영광스럽다. 나보다 좋은 타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목한 것이 너무 기쁘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지 않나. 경기에서 만난다면 프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내며 운을 뗐다.
이어 노시환을 향한 공격이 시작됐다. 손아섭은 “(노)시환이는 지난 시상식에서 도발을 하더라. 그래서 ‘이번 생에는 나를 못 이긴다’는 이야기를 해줬다”며 “(노)시환이도 자신감만 빼면 시체다. ‘그런 자신감은 좋지만, 안 되는건 안 되는 거’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뒤이어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한 노시환은 손아섭의 발언을 전해 듣자 “처음 듣는데, 인터뷰에서요?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고요? 진짜요?”라고 수차례 되물으며 “일단 선배님이 나와는 띠동갑이시니 36세다. 12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한 번 봐야 한다. 나는 아직 어리다. 그래도 (손아섭) 선배님이 24살 때보다는 내가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손아섭이 24세 시절에는 이미 롯데의 주축 외야수로 성장한 뒤. 그해 손아섭은 116경기에서 144안타 15홈런 83타점 79득점 13도루 타율 0.326 OPS 0.892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때다. 노시환은 “일단 지금은 내가 안 된다. 기록적으로 워낙 대단한 기록을 보유하고 계신다. 하지만 나중에 같은 나이 때 동일선상에서 보고 다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손아섭은 올해 최다안타와 타격왕 타이틀을 품었지만, 아직도 발전을 갈구하고 있다. 이번 비시즌의 목표는 장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반면 노시환은 앞선 시상식에서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타격왕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에 노시환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타격왕도 홈런왕도 하면 좋겠지만, 한 가지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가장 멋있다. 사실 타격왕이 욕심이 나긴 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는 조금 힘들 것 같다”면서도 “(손아섭) 선배님도 욕심내지 않으시고 계속 타격왕을 유지하셨으면 좋겠다”고 깨알 디스를 이어갔다.
서스럼 없이 장난을 치는 선배지만, 노시환은 손아섭을 굉장히 리스펙했다. 그는 “아섭 선배님과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정말 천재다. 보통 선수들은 자신의 존이 있다. 그런 코스를 노리는 것이 대부분인데, 아섭 선배님은 공 보고 공 치기를 하신다. 가운데만 보고도 타격왕을 한다는 것은 천재성과 재능이 대단하고 감탄하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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