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포공항 김진성 기자] “구속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 안 한다.”
한화 이글스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20)는 4월12일 광주 KIA전서 KBO리그 최초로 160km를 찍어 화제를 모았다. 이후에도 150km대 중반의 공을 심심찮게 뿌렸으나 160km를 훌쩍 넘기는 공은 다시 던지지 못했다.
그런 문동주가 실질적인 프로 첫 시즌을 마친 뒤 이런저런 내년 계획을 들려줬다. 한화에서의 시즌은 9월 초에 끝났지만, 항저우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야구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시간이었다.
문동주는 20일 김포공항 귀국장에서 우선 16일 호주전(5⅔이닝 5피안타 5탈삼진 4사사구 2실점)을 떠올렸다. “1회에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오랜만의 실전이었다. 그러나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았다. 문동주는 “1회 초구부터 정상이 아니었는데 이닝 거듭할수록 조하졌다. 내가 원하는 공에 공을 던지도록 노력했다”라고 했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 올 시즌 문동주는 23경기서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150km 중반의 패스트볼과 변화구 주무기 커브가 있지만, 초반에 커맨드가 좋지 않고 공이 날리는 느낌이 들면 긴 이닝을 먹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지는 경기들도 있었다. 반면 좋은 날에는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선발투수가 풀타임을 뛰면서 후자의 경우가 많지 않다. 거의 없다고 말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그래서 실전서 조절하면서 경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은 아주 중요하다. 국내에서 이 분야 탑은 역시 김광현(SSG 랜더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이다. 컨디션이 안 좋고 초반 결과가 안 좋아도 어떻게든 6~7이닝 안팎을 3실점 내외로 막는 능력이 탁월하다.
문동주도 “처음에 안 좋으면 끝까지 안 좋은 경우가 많았는데 리듬을 찾았다. 사실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었다. 6이닝을 마치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도쿄돔에서 던져보고 재미있었다. 호주전은 관중은 많지 않았는데, 관중만 더 들어왔다면 최고구속을 세우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곽)빈이 형이 초구에 152km를 찍더라”라고 했다. 곽빈은 19일 일본과의 결승서 제 몫을 충분히 했다. 심지어 관중도 상당히 많았다. 문동주도, 류중일 감독도 곽빈이 압박감 속에서 잘 던졌다고 봤다. 문동주로선 도전의식이 고취됐을 것이다.
문동주는 “쉬지 말라고 얘기하시더라”고 했다. 류중일 감독은 대회 후 선수들에게 비 시즌에도 꾸준히 몸을 단련해 더 발전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문동주는 웃으며 “내년엔 더 재밌게 던지고 싶다. 결과가 좋으면 재밌다. 결국 결과가 좋아야 한다”라고 했다.
만족이란 없다. 내년엔 피치클락과 견제구 제한이라는 큰 변화가 들이닥친다. 문동주는 “커브는 변화구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아서 던진다. 내년엔 체인지업을 더 잘 던지고 싶다. 국제대회서는 괜찮은데 시즌 때는 잘 안 됐다”라고 했다.
구속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으로 보였지만, 아니었다. 밸런스를 유지하고 커맨드가 안정된다는 전제를 깔고 구속이 올라가면 경쟁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문동주는 “내 강점이 직구다. 잘 쉬고 몸을 잘 만들면 팬들이 기대하는 구속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구속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 안 한다. 로봇심판(ABS)도 들어오니 (구속이)중요하다”라고 했다.
문동주가 160km를 아무렇지도 않게 팍팍 꽂는다면, 내년 KBO리그를 볼 맛이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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