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니’ 손흥민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상암을 찾은 수험생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안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6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대한민국은 조규성의 선제골, 그리고 황희찬, 손흥민, 황의조, 이강인의 골이 이어지면서 싱가포르를 무너뜨렸다. 전반 내내 답답했던 아쉬움을 털어낸 후반 화력, 11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위한 서전을 화끈하게 마무리했다.
에이스 손흥민 역시 지난 베트남전에 이어 골맛을 봤다. 그는 후반 62분 ‘손흥민 존’에서 멋진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2018 러시아월드컵 멕시코전에서 보여준 그 슈팅과 비슷한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믹스드 존에서 “결과를 떠나 쉽지 않은 경기였다. 모든 선수의 헌신,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공격 기회를 더 만들 수 있다는 숙제를 풀어냈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대한민국은 다음 경기는 중국 원정이다. 중국은 태국전에서 선제 실점하는 등 흔들렸으나 동점, 역전에 성공하면서 2-1 승리했다. 전력상 대한민국의 우위이지만 중국 원정이라는 건 매번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화가 나게 하거나 답답하게 하려는 것이 중국의 전술일 수 있다. 그것에 휘말리지 않고 우리의 게임을 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면 생각한다. 중국보다는 우리의 것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후반 83분 손흥민은 샤히린에게 오른쪽 종아리를 걷어차였다. 이로 인해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한동안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를 지킨 캡틴이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서 크게 비판했다. 그는 “4-0으로 앞선 상황에서 손흥민이 파울을 당한 것에 상당히 화가 났다. 부적절한 파울이었다. 4-0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그런 파울을 해야 했는지 순간 화가 많이 났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이에 대해 “모든 선수가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다. 대표팀에 부름을 받고 뛰는 건 모두가 꿈꾸는 것이다.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은 팀이 만드는 것이다. 내가 아프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다. 뛸 수 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캡틴다운 책임감을 보였다.
끝으로 손흥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 포함 상암을 가득 채운 6만 4381명의 ‘붉은 악마’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손흥민은 “수험생분들 모두 너무 고생하셨다. 실수도 하면서 배운다고 생각한다.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응원하겠다. 많은 팬이 경기장에 와주셨다. 날씨가 춥고 비도 왔기 때문에 많이 오실지 몰랐다. 감사하다. 이런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건 영광이다.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전했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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