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타니 쇼헤이의 위대한 시즌’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그의 전설은 밥을 많이 먹으면서 시작됐다. 전성기 시절 수영 천재 마이크 펠프스가 하루 1만㎈를 넘게 먹었듯이,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도 하루 11공기씩 밥을 먹으면서 몸집을 키웠다. 비쩍 마른 몸의 4번 타자임에도 145㎞의 속구를 던졌지만, 대식가가 된 이후에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키가 193㎝까지 자랐고, 몸무게도 20㎏이나 더 불었다. 패스트볼 구속은 세계 최정상 수준인 160㎞를 웃돌았다. 고교생 중에 그의 볼을 건드릴 수 있는 선수들은 거의 없었다.
오타니 쇼헤이는 메이저리그(MLB) 정상급 투수 겸 타자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해 ‘일본의 베이브 루스’라 불리는 그는 일본 야구를 평정한 후 2018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그의 우투좌타는 일본에서 ‘쌍도술’을 의미하는 이도류(二刀流)로 불렸다. 투구와 타격 모두 일본도(刀)만큼이나 날카롭다는 의미였다.
입단 초기부터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시속 160㎞가 넘는 속구, 먼 곳까지 뻗어나가는 홈런에 관한 이야기가 세간에 떠돌았다. 특히 그가 때린 공이 도쿄 돔 천장을 뚫고 나가 사라지는 유튜브 영상은 야구계에서 전설처럼 회자했다.
그는 기대에 걸맞게 첫해부터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타자로 출전해 22홈런, 타율 0.285, 61타점, 10도루의 성적을, 투수로 4승 2패, 평균 자책점 3.31을 기록하며 그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그러나 곧 위기가 찾아왔다.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토미 존 수술을 받아 투수로 오랫동안 복귀하지 못했다. 타격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9년에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2020년에는 벤치 신세로 전락했다. ‘신인왕의 저주’라 할 만했다.
하지만 2021년 시즌부터 오타니는 달라졌다. 그는 불같은 강속구를 되찾았다. 한 회에만 161㎞짜리 속구를 세 개나 던졌다. 2021년 시즌에 MLB 마운드에 오른 투수 909명 중 161㎞짜리 공을 단 한 개라도 던져본 투수는 57명(6.3%)에 불과했다. 오타니는 그해 23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와 9승2패 평균 자책점 3.14를 기록하고 157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타석에서는 더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46개의 홈런을 치며 아메리칸·내셔널 양대 리그를 통틀어 3위에 올랐고, 타율 0.257, 출루율 0.372, 장타율 0.592를 기록했다. 특히 0.965의 OPS(출루율+장타율)는 양대 리그 5위, 아메리칸리그 2위의 기록이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부활이었다.
오타니 소속팀 LA 에인절스 전담 스포츠 기자인 제프 플레처가 쓴 ‘오타니 쇼헤이의 위대한 시즌'(위즈덤하우스)은 오타니 쇼헤이의 활약을 조명한 책이다. 책은 어린 시절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그가 밟아온 야구 역정을 소개한다.
오타니는 1994년 도쿄에서 북쪽으로 480㎞ 남짓 떨어진 오슈시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모두 운동선수였다. 아버지는 미쓰비시 공장에서 일하며 준프로 야구선수를 겸하다가 실업리그에서 뛰었으며 어머니는 올림픽 출전을 노리던 배드민턴 선수였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아이에게 야구를 가르쳤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야구에 대한 태도를 가르쳤다. 오타니는 나중에 아버지에게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전력을 다해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는 평생의 모토가 됐다. 그는 최상급 메이저리거가 됐지만, 평범한 2루 땅볼을 치고도 안타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전력으로 뛰곤 한다. 저자는 “정말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타고난 재능도 그의 성공에 한몫했다. 어린 시절 좌타석에 선 그가 장타를 치면 공은 대개 오른쪽 펜스를 넘어가 공이 강에 빠졌다. 홈런을 자주 쳐 공이 너무 많이 없어져 문제가 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는 밀어치는 기법을 연마했고, 이는 나중에 엄청난 무기가 됐다.
그는 또한 연습벌레이기도 했다. 그는 항상 경기가 끝나면 숙소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 다음 날 경기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와 함께 뛰었던 투수 앤서니 배스는 “세상과 퍽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그를 평했다.
오타니는 어린 시절부터 마쓰이 히데키, 다르빗슈 유, 스즈키 이치로를 흠모하며 자랐다. 그들이 뛰었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는 걸 그는 꿈꿨다. 이제 그는 그들을 한참 넘어섰다. 그는 올해도 OPS 전체 1위,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다. 투수로서도 평균자책점 3.14로 전체 7위에 올랐다.
“공은 메이저리그의 그 누구보다도 멀리 치고, 메이저리그의 누구보다 세게 던지며, 메이저리그의 그 누구보다도 빨리 달린다. 그는 자연이 낳은 괴물이다. 보고만 있어도 정말 즐겁다.”
문은실 옮김. 35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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