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가 가지지 못한 모습이다. 나는 그렇게 못했다.”
NC 다이노스 간판 2루수 박민우(30)는 2일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키스톤콤비 김주원(21)에 대한 말이 나오자 극찬을 쏟아냈다. 김주원은 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 당시, 9회말 2사 만루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지는 다이빙캐치를 해냈다.
빗맞은 타구라서, 탄도가 낮은 타구라서 처리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김주원은 순간적으로 노 바운드 캐치를 하면 최소 동점이 된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몸을 날려야 한다고 판단했고, 적중했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본 박민우는 “처음엔 시야가 가려서 잘 안 보였는데, 잡기 어려운 타구였다”라고 했다.
심지어 박민우는 “잡기 쉬운 타구는 없다”라고 했다. 수비 하나의 소중함을 의미한다. 더구나 내야의 중심을 잡는 유격수라면, 더더욱 아웃카운트 하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준비해야 한다.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을 뛰며 30경기의 실책을 범한 뒤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에게 “너무 많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역시 김주원의 야구 역사다.
아픔이 없으면 발전하기 어렵다. 강인권 감독은 1년 내내 인내했다. 127경기서 403타수 94안타 타율 0.233 10홈런 54타점 56득점 15도루 OPS 0.668 득점권타율 0.267. 시즌 도중 타격 폼을 한 차례 바꾸는 모험까지 할 정도로 사투를 벌였다. 스위치히터라서 남들보다 두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 김주원에게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터닝포인트였다. 절체절명의 국제무대서 주전유격수로 금메달을 획득하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가됐다. 이후 경기모습, 경기력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게 NC 사람들 얘기였다.
어쩌면 그날의 슈퍼캐치 역시 올해 쌓은 유의미한 경험치의 표출이었을 수도 있다. 포스트시즌 들어 안정적인 수비를 뽐내며 구성원들에게 신뢰받는 유격수로 거듭났다. 타격은 9경기서 23타수 5안타에 그쳤지만, 걱정하는 사람들은 없다.
박민우는 김주원을 두고 “그냥 야구 잘 하는 애다. 주눅들지 않고 잘 한다. 내가 갖지 못한 모스비다. 난 신인 때 안 좋은 걸(실책, 타격 부진 등등)로 이틀 연속 실검 1위하고 그랬다. 신문에도 엄청 크게 났다. 그런데 주원이는 긴장을 안 하고 자기 플레이를 한다. 그게 멘탈이다. 나는 그렇게 못했다”라고 했다.
물론 박민우는 주장 손아섭이 포스트시즌 기간 내내 덕아웃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준 효과도 무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낭중지추라고, 재능이 남다른 유망주는 결국 계기가 있으면 꽃을 피우게 돼 있다. 아시안게임과 이번 포스트시즌은 김주원으로선 미래의 동력을 만들기 위한 도약의 대회였다.
영광의 상처도 얻었다. 플레이오프 막판 눈 다래끼가 양 눈에 났다. 강인권 감독도 “스트레스가 많나 보다”라고 했지만, 은근히 흐뭇했을 것이다. 지금 처절히 싸우고 버티는 능력을 키워야 롱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오랫동안 기다리고 버텨준 강인권 감독의 인내심과 직관력도 대단하다.
김주원은 오늘보다 내일, 2023년보다 2024년이 기대된다. 언젠가 한국시리즈 우승 유격수가 되는 꿈을 꿔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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