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 코스 설계 실수로 기록 공인되지 않은 초유의 사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킴벌리 가르시아(페루)는 2023 팬아메리칸게임 육상 여자 경보 20㎞에서 1시간12분26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옐레나 라시마노바(러시아)가 보유한 세계 기록 1시간23분39보다 무려 11분13초나 빠른 기록이었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경기 중에 이미 “세계 기록을 세워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제 종합대회 경보 경기에서 주최 측이 ‘코스 설계’를 잘못해 선수들의 기록이 인정되지 않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29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 오힝기스 파크에서 열린 2023 팬아메리칸게임 육상 여자 경보 20㎞ 경기가 끝난 뒤 주최 측은 “기록은 인정하지 않고 순위만 인정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선수들이 체감한 실제 거리는 17㎞였다”고 기록 취소 이유를 ‘코스 설계 실수’라고 전했다.
선수들은 경기 초반에 코스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가르시아는 “첫 1㎞ 구간 기록을 보고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1㎞ 구간 기록이 일반적인 남자 선수들 기록보다 좋았다”며 “기록이 인정되지 않을 거란 건 알았지만, 내 레이스에 영향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내 걸음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4위를 한 비비안 리라(브라질)도 “경기 중 선수들 사이에 ‘우리 기록이 너무 좋다’라는 대화가 오갔다”며 “선수 모두가 코스에 이상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순위 싸움만 했다”고 떠올렸다.
팬아메리칸게임 조직위원회는 “경보 코스 길이 측정에 문제가 있었다. 선수와 코치, 관중들에게 불편을 드려 사과한다”고 밝히면서도 “전문가 마르셀루 이투랄데에게 코스 설계를 맡겼는데 문제가 생겼다. 조직위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해명해 빈축을 샀다.
짧은 코스를 걸은 여자부 경기 기록은 인정되지 않았고, 대회 조직위는 여자 선수들의 기록은 공개하지 않은 채 순위만 매겼다.
조직위는 남자 경보 20㎞ 경기 시작 시간을 1시간 늦춰 경보 코스 길이를 재측정했다. 남자부 경기 기록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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