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1차전의 아쉬움을 하루만에 만회했다. 그 중심에는 ‘KBO 역수출 신화’ 메릴 켈리의 역투가 있었다.
애리조나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 2차전 텍사스 레인저스와 맞대결에서 9-1로 승리했다.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는 텍사스,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왕좌를 꿈꾸는 애리조나의 맞대결이 열린 만큼 월드시리즈 1차전부터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경기가 펼쳐졌다. 전날(28일) 양 팀은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난타전을 선보였다. 선취점은 텍사스가 손에 넣었지만, 3~5회 애리조나가 3이닝 연속 득점을 통해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9회말 코리 시거의 극적인 동점 홈런이 터지는 등 연장 승부가 벌여졌고, 마침내 텍사스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 선발 라인업
애리조나 – 케텔 마르테(2루수)-코빈 캐롤(우익수)-가브리엘 모레노(포수)-크리스티안 워커(1루수)-토미 팸(지명타자)-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좌익수)-알렉 토마스(중견수)-에반 롱고리아(3루수)-헤라르도 페르도모(유격수), 선발 투수 메릴 켈리
텍사스 – 마커스 세미엔(2루수)-코리 시거(유격수)-에반 카터(좌익수)-아돌리스 가르시아(우익수)-미치 가버(지명타자)-요나 하임(포수)-네이트 로우(1루수)-조쉬 영(3루수)-레오디 타베라스(중견수), 선발 투수 조던 몽고메리
# KBO 역수출 신화! 켈리의 역투
지난 2015년부터 2018시즌까지 4년 동안 KBO리그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에 몸담으며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활약한 켈리에게는 ‘역수출 신화’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닌다. KBO리그에 입성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었지만, KBO리그에서 성공한 뒤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까닭.
켈리는 데뷔 첫 시즌부터 13승(14패)를 수확하며 연착륙에 성공, 단축시즌이 열린 2020년 3승 2패 평균자책점 2.59로 활약했다. 그리고 2021년에는 7승 11패 평균자책점 4.44로 조금은 부진했으나, 지난해 13승 8패 평균자책점 3.37의 성적을 남기며 미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 올해도 12승 8패 평균자책점 3.29로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애리조나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이번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성적은 압권이다. 켈리는 지난 8일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6⅓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더니,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는 2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전날(28일) 1차전을 내준 상황에서 2차전 선발의 중책을 맡았는데, 켈리가 KBO 역수출 신화로 불리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텍사스 선발 몽고메리의 투구도 탄탄했지만, 켈리는 결점이 없을 정도였다. 켈리는 1회 시작부터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텍사스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경기를 출발했다. 이어 2회에는 가르시아-가버-하임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더니, 3회 텍사스의 하위 타선까지 봉쇄하며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퍼펙트 피칭에 흠이 생긴 것은 4회였다. 하지만 실점은 없었다. 켈리는 선두타자 세미엔을 좌익수 뜬공, 후속타자 시거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이후 카터에게 2구째 체인지업을 공략당해 첫 안타를 허용했으나, 후속타자 가르시아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순항을 이어갔다.
첫 실점은 5회. 켈리는 2-0으로 앞선 5회말 선두타자 가버에게 던진 3구째 93.3마일(약 150.2km) 몸쪽 낮게 떨어지는 싱커를 공략당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추격의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매우 좋은 코스로 들어갔던 공을 가버가 잘 받아쳤다. 그러나 추가 실점은 없었다. 켈리는 타구가 1루 베이스를 맞고 튀어오르는 안타성 타구를 1루수 크리스티안 워커가 맨손 캐치 ‘호수비’로 잡아내며 첫 아웃카운트를 생산, 큰 위기 없이 텍사스 타선을 막아냈다.
가장 압권의 투구는 6회였다. 켈리는 6회말 선두타자 세미엔을 상대로 2B-2S에서 5구째 93마일(약 150km) 포심을 던져 루킹 삼진을 솎아냈다. 이어 시거를 상대로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나는 6구째 커터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데 이어 카터에게는 커브로 헛스윙을 끌어내며 ‘KKK’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켈리는 타선의 든든한 도움 속에서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텍사스 타선을 봉쇄,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 켈리의 완벽투, ’16안타 대폭발’ 타선까지 응답했다!
전날(28일) 치열한 타격전 속에서 패했던 애리조나는 1차전 패배의 아픔을 제대로 설욕했다. 경기 초반 기선을 잡은 것은 애리조나. 팽팽하던 흐름이 무너진 것은 4회. 애리조나는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모레노가 텍사스서 선발 몽고메리와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92.7마일(약 149.2km) 싱커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았고, 이 타구는 102마일(약 164.2km)로 뻗어나가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으로 연결됐다.
흐름을 탄 애리조나의 득점은 계속됐다. 애리조나는 이어지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팸이 2루타를 쳐 득점권 찬스를 손에 넣었고, 구리엘 주니어가 연속 안타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2-0까지 간격을 벌렸다. 이러한 가운데 텍사스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고, 5회말 가버가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간격은 1점차가 됐다. 하지만 경기는 7회 승기가 애리조나 쪽으로 확연하게 기울었다.
애리조나는 7회초 선두타자 토마스가 2루타를 치고 나가며 포문을 열더니, 롱고리아가 몽고메리를 끌어내리는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후 애리조나는 희생번트를 통해 다시 한번 찬스를 만들어냈고, 이번에는 캐롤이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뽑아내 4-1까지 간격을 벌리며 승기를 잡았고, 8회에는 마르테와 캐롤이 3점, 9회 엠마누엘 리베라가 2점을 보태면서 승기에 쐐기를 박았다.
애리조나는 선발 켈리가 완벽투를 선보이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본격 불펜을 가동했다. 그리고 앤드류 살 프랭크(1⅓이닝)와 루이스 프리아스(⅔이닝)가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텍사스 타선을 막아내면서 마침내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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