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순리대로 기다리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24일 부산 서면의 롯데호텔 부산 사파이어룸에서 제21대 김태형 감독의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구승민과 김원중에 이어 이례적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 획득을 앞둔 전준우와 안치홍도 참석해 김태형 감독의 취임을 축하했다.
롯데는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상승세를 탓지만, 6월부터 기세가 꺾이기 시작하더니 후반기가 시작된 후에는 래리 서튼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등 각종 악재가 쏟아진 끝에 7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롯데는 정규시즌 일정이 모두 종료된 후 신임 감독 물색에 나섰고,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았던 ‘명장’ 김태형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
이날 진행된 취임식에는 단장이 공석인 탓에 이강훈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해 김태형 감독에게 유니폼을 건넸고, 프랜차이즈 투수들 중에서 최고참급인 구승민과 김원중, 그리고 한국시리즈 일정이 종료된 후에는 FA 자격을 얻는 안치홍과 전준우가 참석해 김태형 감독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등 부산 입성을 축하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김태형 감독은 안치홍과 전준우를 향해 “남아서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소속이 없는 FA 신분으로 풀려날 때까지 기간이 남았지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한 FA 선수들은 보통 일정이 종료된 후에는 구단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편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FA를 앞둔 전준우와 안치홍이 김태형 감독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이 롯데를 생각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롯데 또한 이들에게 취임식 참석을 요청한 것은 재계약을 맺을 뜻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의 취임식에 참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취임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전준우는 “아직까지 FA가 되지 않았고, 지금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다. 당연히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러 왔다”며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김태형) 감독님께서 오셨으니, 인사를 드리러 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참석 배경을 밝혔다.
취임식에 앞서 김태형 감독과 먼저 만나 인사를 나눈 전준우, 어떠한 대화가 오갔을까. 그는 “감독님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취임식 전에 담소를 나눴다. 다만 ‘부산 사람들이 많이 알아본다. 조심하셔야 한다. 식사를 했는데,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다’는 등의 이야기만 나눴다”며 “부산은 워낙 야구에 열광적인 도시이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많은 체감을 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웃었다.
향후 거취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김태형 감독과 함께하게 될 수 있는 것에 대해 기대감도 드러냈다. 전준우는 “감독님의 리더십은 당연히 궁금하다. 그만큼 경험이 많으시고, 한국시리즈도 7년 연속 가셔서 우승도 세 번이나 하셨다. 명장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선수로서는 영광일 수 있다. 다른 선수들도 많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명장이시다 보니 잘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FA를 앞둔 전준우는 올해 138경기에 출전해 154안타 17홈런 77타점 80득점 타율 0.312 OPS 0.852의 성적을 남겼다. 20~30개의 홈런을 때려내던 전성기와 비교하면 전체적인 수치는 조금 하락했지만, 타격 능력만큼은 KBO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 하지만 전준우는 올 시즌의 활약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올해가 너무 아쉽다. 팀이 잘 나갔을 때는 내가 아쉬웠고, 팀이 힘들 때 제 역할을 못해준 것이 너무 컸다. 그래서 팀에 미안했고, 고참으로서 아쉬웠다”고 운을 뗐다.
계속해서 전준우는 “올해 활약은 50점을 주고 싶다. 초반에는 빵점이었다. 전반기 팀이 잘 나갈 때 보탬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후반기에 조금이나마 힘을 내서 50점을 주고 싶은데, 컨디션이 빨리 올라왔었어야 했다. 어린 선수들과 중간, 고참 선수들의 조화가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걷잡을 수 없이 연패에 들어가는 등 뭔가 조금 어긋났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태형 감독은 취임식에서 첫 번째 목표로 포스트시즌 진출, 두 번째 목표로는 우승을 외쳤다. 전준우도 당연히 우승에 대한 욕심이 있다. 그는 “선수로서 우승 목표는 당연히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 롯데와 계약을 하든, 다른 팀과 계약을 맺든 이는 분명한 것 같다. 우승을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지금은 포스트시즌을 하고 있는 선수들 자체가 너무 부럽다. 가을에 야구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인 전준우는 2017년 이후 가을무대를 밟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이를 전준우는 절친한 동생인 손아섭의 경기를 보며 달래고 있다. 그는 “(손아섭과) 거의 매일 연락을 한다. 잘하는 것 같더라”며 ‘NC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황재균(KT 위즈)과 맞붙을 수 있다’는 말에 “내가 좋아하는 동생 두 명이 붙으면, 수원이든 창원이든 한 번 보러 가기로 했다. 잘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전준우는 조금의 휴식을 가진 뒤 본격 2024시즌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팀을 물색할 전망이다. 그는 “첫 FA 때는 엄청 기대에 부풀었다. 지금도 기대는 되지만 조금 덤덤하다. 지금은 조금 쉬었다가 11월 중순부터는 다시 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준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쪽에 조금 더 신경을 쓸 것”이라며 “순리대로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잘 기다리고 있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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