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느낌은 오랜만에 받은 것 같아요. 골 넣을 때마다 함성이 들려 짜릿하고 즐거웠어요.”
프로농구 부산 KCC의 ‘부산 데뷔전’ 쾌승을 이끈 허웅은 8천700명이 넘는 팬들이 보여준 열기가 바로 ‘농구의 묘미’라고 표현했다.
KCC는 22일 오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첫 번째 홈 경기에서 서울 삼성을 106-100으로 격파했다.
22년 만에 전주를 떠난 KCC는 이날 경기를 통해 새 연고지 부산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8천700명이 넘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좌석이 모두 동났다.
23점을 올리며 승리의 1등 공신이 된 허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장내 열기를 돌아보며 “이게 바로 농구의 묘미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이어 “행복했다. 체육관이 큰데, 빈자리가 없도록 계속 찾아와주시면 오늘 같은 경기력으로 보답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사직체육관은 전 층을 모두 활용하면 1만 2000여 명을 수용해 프로농구 전체 구단의 홈 경기장 중 가장 많은 관중을 받을 수 있다.
전주 시절 사용한 전주체육관의 수용 인원인 4천여 명의 3배가량 된다.
실제로 이날 관중 기록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한 경기 최다 관중을 크게 상회했다.
올해 2월 1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안양 정관장의 경기에 5천271명이 찾은 게 지난 시즌 최고치였다.
운집한 관중을 보고 가장 마음을 졸인 사람은 바로 전창진 감독이었다.
전 감독은 “오늘 정말 부담이 컸다. 이기고는 싶은데, 사실 알리제 드숀 존슨이 어제 발가락이 아프다고 해서 연습을 하지 않았다”며 “라건아의 몸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내일도 아프면 어쩌지’ 걱정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부산 개막전에 관중이 많이 온다는데, 감독으로서 사람들 불러놓고 망신만 당하는 게 아닌가 고민도 많았다”고 웃었다.
전 감독은 이 경기장을 잘 안다.
수원 kt가 부산에 연고를 둔 2009∼2015년 전 감독의 홈 경기장이 사직체육관이었다.
전 감독은 “kt 감독 시절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해 본 후에는 이런 경험이 없다. (이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어쨌든 부산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워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은희석 감독도 8000명이 넘는 관중이 자아낸 분위기가 패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은 감독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게 사실 행복한 일인데, 우리가 그런 기회가 많이 없었다”며 “어린 선수들에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이 감독으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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