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용 안 데려왔으면 존슨도 영입 안해…나도 달라진 것 같아”
(부산=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속공 중 3점을 쏘면 ‘뭐 하는 짓이냐’라고 하면서 바로 교체했죠. 쉬운 2점을 쏘라 했는데, 제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부산 KCC의 전창진 감독은 프로농구에서 알아주는 ‘호랑이 감독’이다.
농구 철학이 뚜렷하고, 휘하 선수가 이를 구현하지 못할 때면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진다.
다른 지도자들처럼 전 감독도 본래 철학은 ‘골밑 중심 농구’다. 골대와 가까운 곳에서 슛을 던질수록 확률이 올라간다고 믿는다.
전 감독은 이런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KCC는 22일 오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첫 번째 홈 경기에서 서울 삼성을 106-100으로 눌렀다.
22년 만에 전주를 떠난 KCC는 이 경기로 새 연고지 부산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속공 득점을 19점이나 올린 ‘빠른 농구’가 8천700명이 넘는 홈팬들을 열광케 했다.
그 중심엔 외국 선수 알리제 드숀 존슨이 있었다. 직접 리바운드를 잡고 상대 코트로 넘어오더니, 가드처럼 공을 소유하며 공격을 전개했다.
이호현·허웅·정창영·이근휘 등 가드들은 상대 수비에 난 균열을 적극 활용하며 외곽포 세례를 퍼부었다.
작은 선수가 공을 소유하다가 골밑의 장신 선수에게 투입하는 ‘정통 농구’와 전혀 다른 전술을 선보인 것이다.
이는 공수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장신 볼 핸들러를 중용하는 세계적인 농구 흐름과도 맥이 닿는다.
삼성이 키 210㎝ 센터 코피 코번의 골밑 공격을 최대한 활용하려 하면서 양 팀의 스타일이 특히 대조됐다.
전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사실 나 역시 골밑 농구를 아직 고집하는 감독”이라며 “(코번처럼) 상대 골밑에 득점력 있는 선수가 있으면 부담이 없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큰 선수가 위협적인 플레이를 하면 수비에 변화를 많이 줘야 하는 게 농구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자신의 농구 철학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내비쳤다.
전 감독은 “예전에는 속공 3점은 용납하지 않았지만 이제 외곽에서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한다”며 “요즘 선수들은 또 슈팅 훈련만은 정말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준용의 영입이 그간 지켜온 자신의 철학을 손보는 계기가 됐다고 짚었다.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최준용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서울 SK를 떠나 KCC에 합류했다.
신장이 2m가 넘는데도 공을 몰고 순간적으로 상대 코트로 치고 나가는 폭발력이 뛰어난 자원이다. 이런 특성이 존슨과 유사하다.
전 감독은 “(센터가 아닌) 존슨을 데려온 이유 중 하나는 최준용이다. 최준용을 데려왔기 때문에 존슨을 영입할 수 있었다”며 “최준용이 오지 않았다면 존슨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KCC 관계자는 최준용이 자신이 원하는 농구를 지도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영입하기 전 밖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 선수단 안에서 의사소통에 능한데, 특히 지도자와 호흡을 맞추는 일의 중요성을 안다”고 말했다.
컵대회 결승전에서 내전근을 다쳐 휴식 중인 최준용은 다음 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코트에 나선다.
다음 달 중순부터는 또 다른 2m 포워드 송교창이 상무에서 돌아오는 만큼 전 감독의 ‘포워드 농구’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 감독은 “준용이와 교창이가 돌아오면 둘 다 빠르고, 수비·리바운드에 강점이 있어 속공이 더 많아질 것 같다”며 “상대가 상당히 벅찰 것 같다. 코번도 빠른 속공 전개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던데, 어느 팀이나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23점을 몰아치며 승리에 일조한 허웅도 ‘완전체’ 전력의 파괴력을 자신했다.
허웅은 “준용이, 교창이가 오면 우리는 더 좋아진다. 솔직히 말씀드리겠다. 완전체로 모인다면 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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