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리그 42년 역사에 단 한 명, 김응룡 전 해태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감독만 성공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청부사 감독은, 어쩌면 없는 말일 수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20일 김태형(56) 감독과 3년 24억원에 전격 계약했다. 이른바 ‘우승 청부사’ 감독 영입이다. 롯데는 일찌감치 신임감독 선임 기준으로 경험을 내세웠다. 시행착오 없이 팀을 우승으로 인도해줄 지도자를 찾았다. 김태형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흥미로운 건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 사령탑 중 실제로 두 팀에서 우승한 경력을 가진 지도자가 단 한 명 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선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은 18명이다. 김응룡 감독만 해태와 삼성에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그 누구도 우승청부사라며 영입한 카드 중 실제 우승을 안긴 감독은 없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감독 전적/이후(이전) 소속팀
김영덕 1982년 OB/삼성, 빙그레, LG 2군
김응룡 1983년, 1986~1989년, 1991년, 1993년, 1996~1997년 해태/2002년 삼성/한화
강병철 1984년, 1992년 롯데/한화, SK, 롯데, 히어로즈 2군
백인천 1990년 LG/삼성, 롯데
이광환 1994년 LG/OB(LG 이전), 한화, LG, 히어로즈
김인식 1995년 OB, 2001년 두산/한화
김재박 1998년, 2000년, 2003~2004년 현대/LG
이희수 1999년 한화
선동열 2005~2006년 삼성/KIA
김성근 2007~2008년, 2010년 SK/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이상 이전), 한화, 최강야구 몬스터즈
조범현 2009년 KIA/KT
류중일 2011~2014년 삼성/LG
김태형 2015~2016년, 2019년 두산/롯데
김기태 2017년 KIA/KT 2군
트레이 힐만 2018년 SK
이동욱 2020년 NC
이강철 2021년 KT
김원형 2022년 SSG
올해 세상을 떠난 김영덕 전 감독은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삼성 라이온즈, 빙그레 이글스 감독을 맡았으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지 못했다. 단, 1985년 삼성에서 우승 사령탑이 되긴 했다. 그러나 당시 삼성이 전, 후기 통합우승을 하면서 한국시리즈가 열리지 않았다.
김응룡 전 감독이 실제로 우승청부사 이적의 첫 케이스였다. 해태에서 9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뒤 2001년 삼성으로 이적해 2년만인 2002년에 삼성의 우승 숙원을 해결했다. 삼성은 1990년대 김응룡 감독의 해태에 번번이 포스트시즌서 가로 막혔으나 결국 김응룡 감독을 데려와 한을 풀었다.
그러나 이후 그 누구도 우승청부사라는 수식어를 증명하지 못했다. 강병철 전 감독은 한화와 SK 유니폼을 입었으나 성과가 없었다. 훗날 롯데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백인천 전 감독은 삼성으로, 이광환 전 감독은 한화를 거쳐 히어로즈 초대 사령탑을 맡았으나 역시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김인식 전 감독도 한화에서 끝내 우승을 못했다. 김재박 전 감독의 LG, 선동열 전 감독의 KIA, 김성근 전 감독의 한화, 조범현 전 감독의 KT, 류중일 전 감독의 LG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시리즈 우승 타이틀은 감독 시장에서 최고의 스펙인 건 사실이다.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 중 이희수 전 감독과 힐만 전 감독을 제외하면 예외 없이 타 구단을 맡았다. 이강철, 김원형 감독은 여전히 해당 팀을 맡고 있고, 김기태 감독은 KT로 옮겼으나 2군 감독이다. 이동욱 전 감독에겐 아직 타 구단 사령탑 기회가 오지 않은 상태다.
김태형 감독은 수많은 한국시리즈 우승청부사 소리를 듣고 증명하지 못한 지도자가 될까, 2002년 김응룡 전 감독 이후 처음으로 두 팀에서 한국시리즈를 우승하는, 진정한 우승청부사로 거듭날까. 여건은 두산 베어스 시절보다 좋을 리 없다. 지도자 김태형의 진정한 역량이 드러날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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