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외로움을 동력으로 삼겠습니다.”
육상 높이뛰기 기대주 최진우(18·울산스포츠과학고)는 16일 전남 목포경기장에서 열린 제104회 전남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고등부 결선에서 2m10을 넘으며 금메달을 따냈다.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결과였다.
최진우는 세계적인 점퍼 우상혁(용인시청)의 뒤를 이을 선수로 큰 기대를 모으는 유망주다.
이날 결선에서 최진우와 뒷순위 점퍼들의 격차는 매우 컸다. 2위 윤준호(광주체고)는 그보다 15㎝ 낮은 1m95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진우는 우승에도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2m10은 그가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넘은 2m13에 못 미치는 기록이다.
1988년 조현욱 이후 우상혁을 포함한 그 누구도 못 깬 고등부 한국 기록인 2m25가 최진우의 이번 대회 목표였다고 한다. 그러나 2m20을 3차례 모두 넘지 못했고, 결국 그전에 성공한 2m10이 그의 우승 기록이 됐다.
최진우는 “2m20을 넘고 이어서 2m26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아쉽다”며 입맛을 다셨다.
올 시즌 최진우의 기록을 평가하자면, ‘발전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18세 미만 아시아선수권에서 2m21을 넘고 우승한 최진우는, 올해 20세 미만 아시아선수권에서는 2m20으로 2위에 올랐다.
생애 처음 출전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2m15로 결선에 올랐고, 결선에서도 같은 기록을 내며 10위를 했다.
좀처럼 2m20 너머로 확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진우는 “잦은 부상과 컨디션 저하에 지난해만큼의 경기력이 안 나온 건 사실이다. 올해는 나에게 힘들었던 해”라면서 “(슬럼프를) 일찍 겪은 것 같다. 한 번 경험했으니 다음에는 올해보다 빠르게 탈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록 종목 선수들은 자신과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한다. 최진우는 또래 중 적수를 찾을 수 없어 더 외롭다.
최진우는 “단체 종목처럼 선수들끼리 끈끈하게 뭉치는 게 없어서 외로움을 느끼곤 하지만, 오히려 그 외로움이 나를 더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진우는 육상 경기장을 찾아오는 팬들에게 더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이날 2m20 3차 시기 전 최진우는 손뼉을 치며 관중의 호응을 유도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카메라와 관중을 향해 포즈를 취하며 ‘팬 서비스’를 했다.
최진우는 “관중들과 한 몸이 돼 바를 넘을 때 쾌감을 느낀다”면서 “높이뛰기는 관중과 소통하는 종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게임이 ‘월드 클래스’ 선수들 사이에서 보고 배운 게 참 많은 무대였다면, 이번 전국체전에서는 한국 관중들이 있어서 더 (높은 기록을 향해) 도전하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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