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A매치가 열린 13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이 불리자 상암벌을 채운 5만 9018명의 관중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등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팬들의 환호를 받은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야유 속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180도 다른 분위기. 그러나 이런 상황을 이해 못 할 사람은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체제에서 월드컵 16강이라는 쾌거를 이룬 직후였으니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A매치 5경기 동안 3무 2패, 6번째 경기 만에 1-0 승리를 거뒀으니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휘봉을 잡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혹독한 평가가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이 단순히 A매치 결과만으로 비판과 비난을 받는 건 아니다. 그의 낯선 국가대표팀 운영 방식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며 이에 대한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 180도 다른 운영 방식을 선택했다. 벤투 감독이 국내에 남아 업무를 했다면 클린스만 감독은 해외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K리그는 차두리 코치에게 맡기고 본인은 해외파 점검 및 추가 업무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을 바꿀 생각도 전혀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K리그 팀의 지도자라면 국내에 있는 게 맞지만 국가대표팀 지도자는 달라야 한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늘 일을 한다. 나의 스타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력으로만 보면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 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동안 A매치 결과마저 좋지 않았던 클린스만호는 지난 사우디 아라비아전 1-0 승리 후 튀니지까지 4-0으로 꺾으며 연승을 달리고 있다. 여전히 답답한 부분은 있으나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활용한 공격적인 전술은 분명 인상적이었고 위력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운영 방식이 옳았기에 나온 결과인지, 아니면 개인 기량이 워낙 출중한 선수들이 많아 시너지 효과가 나온 것인지도 확실히 알기 힘들다. 냉정히 보면 후자에 무게가 더 실린다. 그만큼 애매한 상황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클린스만 감독의 운영 방식이 축구 팬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오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런 분위기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이어가고 있다.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일 수 없는 입장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바라보는 방향, 그리고 팬들이 그에게 바라는 모습이 상반된다면 결국 계약 기간 내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벤투 전 감독 역시 찬사를 받기 전까지 많은 위기가 있었다. ‘벤버지’로 불리기 전, 그를 향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빌드업 축구에 대한 의심 역시 컸다. 그러나 벤투 전 감독은 성적으로 증명했고 월드컵 16강으로 끝을 아름답게 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다르지 않다. 자신을 향한 야유를 찬사로 바꾸기 위해 확실한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 누구도 반박하기 힘들 정도의 성적으로 말이다. 그의 운영 방식이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지 않을까.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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