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상암, 박건도 기자] 개인 기량은 압도했다. 하지만 체계가 보이지 않았던 경기 운영은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3일 금요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튀니지에 4-0으로 이겼다.
후반전은 압도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망)은 A매치 데뷔골을 포함해 멀티골을 작렬하며 원맨쇼를 펼쳤다. 분위기를 탄 한국은 이후 상대 자책골과 황의조(노리치 시티)의 추가 골을 더해 4-0으로 크게 이겼다.
이탈리아를 정복한 뒤 뮌헨 주전 자리까지 꿰찬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은 튀니지를 상대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상대 선수에게 볼이 오기도 전에 강한 몸싸움으로 자리를 미리 잡았다. 김민재는 튀니지 공격수가 공을 잡고 돌아선다 한들 절묘한 태클로 공을 뺏어냈다. 종종 롱패스로 후방에서 직접 조규성(미트윌란)의 머리를 노리기도 했다.
다만 답답했던 전반전은 큰 숙제로 남았다. 한국은 튀니지를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수비와 미드필더진의 간격이 계속 벌어지자 부정확한 패스가 오갔다. 답답한 듯 센터백 김민재가 직접 드리블 돌파로 3선까지 올라오거나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얄 아인)이 의미 없이 공을 잡는 시간이 늘어났다.
공격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려는 성향이 짙었다. 간격이 계속 벌어져 정확한 패스가 공격진에 전달되기 어려웠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파괴력을 선보인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도 제 기량을 펼치기 힘들었다.
종종 탈압박에 성공해도 그뿐이었다. 이강인이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상대 수비를 몇 명을 제치고도 패스를 시도할 공간이 나오질 않았다. 반대 측면이나 파이널 서드 부근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돌파를 성공해도 공은 다시 후방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반복됐다.
전반전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한국은 내려앉은 튀니지를 상대로 중거리 슈팅을 세 번 날려보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위협적인 시도는 없었다.
지난 3월 출항한 클린스만호는 7경기에서 2승 3무 2패를 거뒀다. 클린스만호는 10월 평가전에서 튀니지와 베트남을 차례로 만나 내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북아프리카 국가인 튀니지는 아랍권으로 분류돼 클린스만호는 튀니지와 경기를 통해 아시안컵 본선에서 만날 중동 국가들을 대비할 심산이다.
지난 3월 출항한 클린스만호는 약 반년 동안 승리가 없었다. 3월 콜롬비아와 첫 경기에서 비겼고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1-2로 졌다. 6월 페루와 경기에서는 0-1로 패한 뒤 엘살바도르와 경기에서 후반 막바지 실점하며 1-1로 비겼다.
9월 유럽에서 진행된 친선 경기에서 웨일스와 0-0으로 비기더니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첫 승전고를 울렸다. 이번 튀니지전 승리로 첫 연승과 국내 첫 승을 신고했다.
줄곧 대두된 문제점 중 하나가 체계 없는 경기 운영이었다. 튀니지전 멀티골을 넣은 이강인은 경기 도중 측면 지역으로 포지션을 옮긴 이유로 “경기 도중 클린스만 감독에게 요청해서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선수 의견을 존중한 감독의 유연성이 통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선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단 튀니지전 승리로 10월 A매치 2연전을 기분 좋게 시작한 클린스만호다. 오는 17일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5위 베트남과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베트남은 지난 10일 중국(80위)과 경기에서 0-2로 졌다. 심지어 우즈베키스탄과 13일 비공식적으로 진행한 연습경기에서도 0-2로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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