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청담 심혜진 기자] V리그 여자부 선수들이 많은 이적 선수들의 활약과 아시아쿼터의 도입으로 바뀐 V리그에 많은 응원을 부탁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지우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2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감독, 선수,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 선수가 나란히 참석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배유나, 반야 부키리치, 타나차 쑥쏫,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김수지, 옐레나 므라제노비치, 레이나 도코쿠,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 양효진, 모마 바소코, 위파위 시통, 정관장 고희진 감독, 이소영, 지오바나 밀라나, 메가왓티 퍼티위,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강소휘, 지젤 실바, 아이리스 톨레나다,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김희진, 브리트리 아베크롬비, 폰푼 게드파르드, 페퍼저축은행 조 트린지 감독, 박정아, 야스민 베다르트, MJ 필립스가 자리를 빛냈다.
이번 미디어데이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열린 첫 공식석상이었다. 그래서 한국 여자 배구를 걱정하는 질문이 나왔다.
세자르 감독이 이끈 여자 배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서 5위로 마감했다. 한국 여자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빈손으로 마친 것은 2006년 도하 대회(5위) 이후 17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남자 배구가 일찌감치 노메달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여자 배구마저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역대 최초 남녀 동반 노메달이라는 굴욕을 안았다.
이날 현장에서는 ’왜 V리그를 봐야 하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전날 열린 남자부 미디어데이 보다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선수들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먼저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김수지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수지는 ”지난해 재미있는 경기가 많았다. 올해는 아시아쿼터로 흥미진진한 부분 많을 것이다. 특히 우리 팀은 김연경 보유하고 있으니 많은 팬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팀이 발전되는 과정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어 배유나는 “몇 년동안 같이 한 멤버들이 빠졌다. 새로운 얼굴들을 코트 안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대표팀 주장이자 새 팀에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박정아 역시 ”(우리 팀에) 새로운 선수들이 많고 어린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재미있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강소휘와 이소영은 팬서비스를 강조했다. 이들은 “V리그 선수들이 팬서비스가 좋다. 많이 경기장에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양효진은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V리그만의 묘미가 있다. 많은 응원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한국 배구가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해결방안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국내 감독 대표로 김호철 감독의 생각을 들어봤다. 김호철 감독은 ”현 사태로서는 회복하기 힘들다고 본다. 시스템 문제를 바꾸지 않는 이상,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한국 배구에 대해서, 각자의 팀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배구를 위해서 머리를 맞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외국인 감독 대표로 나선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 외국인 선수 숫자를 늘리는 것이 국내 선수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부의 특징은 많은 선수 이동이다. 박정아, 황민경, 김수지, 정대영, 채선아까지 총 5명이 FA 이적에 나섰고, 트레이드도 2건이 있었다.
이적생들은 미디어데이에서 전 소속팀의 감독과 전 동료를 마주했다.
오랜만에 박정아를 만난 배유나는 “낯설고 어색한 상황이다. 하지만 프로 세계는 냉정하다. 코트에서 프로 선수의 마음으로 블로킹으로 차단하겠다”면서 “정아야, 조심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김종민 감독도 “박정아는 훌륭한 선수다. 페페저축은행에서 잘할 것이다. 좋은 성적 내길 바란다”고 덕담을 전했다.
그러자 박정아는 “같이 있었던 시간 동안 잘 가르쳐주시고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가서도 잘 배워서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항상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IBK기업은행에 한솥밥을 먹었던 김희진과 김수지가 만났다.
김희진은 “흥국생명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김수지 언니가 어색하다. 코트에서는 상대편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 언니한테 배운게 많은데, 언니 앞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 언니 응원만 하겠다”고 재치있게 말을 남겼다.
김수지는 “어색하긴 하다”고 웃은 뒤 ”흥국생명에서 다시 새롭게 많이 배우고 있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올 시즌 김연경이 속한 흥국생명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7개 팀 중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을 제외한 팀들이 모두 흥국생명을 우승후보로 선택했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흥국생명은 어느 팀보다 강하고 잘 짜여진 팀이다. 여기에 김수지까지 와서 완벽하게 팀이 꾸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도 “흥국생명은 워낙 좋은 구성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평가를 들은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미소를 보인 뒤 ”좋은 선수들이 있으니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반면 박정아(페퍼저축은행), 정대영(GS칼텍스)을 보낸 디펜딩 챔피언인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우리의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 초반에 많이 힘들 것”이라고 앓는 소리를 낸 뒤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준비하겠다. 그렇다고 우리가 전력이 아주 약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재미있는 배구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가운데 GS칼텍스 유일하게 우승 후보인 흥국생명을 뽑지 않고, IBK기업은행과 정관장을 선택해 눈길을 모았다.
차상현 감독은 “일단 기업은행 같은 경우는 멤버 구성이 좋고 세계적인 세터를 영입했다”고 답한 뒤 ”정관장은 고희진 감독 기분 좋으라고 (뽑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자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기분은 좋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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