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대회보다 메달 개수 늘어…역도 등 ‘여풍’ 초강세
인사 거부하고 기자회견도 불참…스태프·심판 위협해 ‘노매너’ 구설
(항저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5년 만에 종합 국제대회에 복귀한 북한은 여러 종목에서 선전을 펼쳤다.
하지만 매너 측면에서는 비판도 받았다.
폐막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기준 북한은 금메달 11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0개로 모두 39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5년 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금 12개·은 12개·동 13개)와 비교하면 금메달은 하나 줄었지만, 전체 메달 개수는 늘었다.
북한이 지난 수년간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강세 종목의 역량을 비교적 잘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상대 선수와 인사 거부와 잇단 기자회견 불참에 스태프 위협까지,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논란도 일으켰다.
◇ 여전히 강했던 북한 역도…도드라진 ‘여풍’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전통적인 강세 종목에서 여전한 실력을 발휘했다.
대회 초반 믿었던 남자 사격에서 금메달을 잇따라 놓치며 무거운 분위기에 빠져드는 듯했으나 이내 여자 사격과 기계체조에서 금맥을 열었다.
기계체조의 안창옥(20)은 개인전 도마·이단평행봉에서 금메달을 따고, 단체전에서도 동료들과 동메달을 합작하며 북한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예상대로 북한의 최대 금밭은 역도였다.
여자 49kg급의 리성금을 시작으로 북한 역도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특히 이 가운데 리성금과 강현경, 김일경 등 3명은 세계 신기록을 기록하며 1위 시상대에 섰다.
여기에 북한의 대회 개회식 기수로 나섰던 ‘북한의 복싱 영웅’ 방철미와 레슬링의 명형영도 금메달을 더했다.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신진 선수들이 다수 출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고, 기자회견에서는 “어떻게 기량을 유지했나”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여풍’이 도드라졌다.
북한이 획득한 금메달 가운데 남자 역도 81kg급의 리청송이 딴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10개는 여성 선수들이 획득했다.
역도 종목에서는 여자 선수들이 출전한 5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줬다.
레슬링도 여자 자유형 4개 체급에 4명의 선수를 내보내 북한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출전한 모든 여자 선수가 시상대에 선 것이다.
축구와 탁구(복식)처럼 구기 종목에서 결승에 올라 높은 관심을 끌었던 것도 대부분 여자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기대했던 레슬링에서 막판까지 우세했던 경기들을 놓치면서 금메달이 하나에 머물렀고 유도에서는 ‘금맛’을 보지 못한 점, 남·여 축구가 각각 8강과 결승에서 일본의 벽에 막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 인사 거부부터 스태프 위협까지 잇단 논란
북한은 매너가 없거나 폐쇄적인 모습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대회 초반 북한 축구 선수들이 언론과 소통하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침묵과 함께 지나치고, 응원단도 한국 취재진에 냉랭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색된 남북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어 북한 유도의 김철광이 한국의 강헌철과 시합에서 승리한 뒤 강 선수가 청한 악수를 거부하고 돌아서는 장면과, 조총련 소속 수영 선수 리혜경이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뒤 한국어가 유창한 중국 기자의 질문에는 답하는 모습은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북한 선수들은 과거 단일팀으로 인연이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도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 선수단은 기자회견에서는 ‘북한’ 호칭에 이어 그동안 관행적으로 통용되어온 ‘북측’ 표현에도 발끈했다. 반면 북한 공식 매체에서는 한국팀의 명칭을 ‘괴뢰’로 표기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장면은 남자축구 일본과 8강 시합에서 나왔다.
북한 선수들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일본 스태프의 물을 빼앗고 위협적인 행동을 취해 경고를 받더니, 패하고 나서는 심판을 밀치면서 격렬하게 항의했다.
대회 후반에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도 잇따라 불참했다.
여자 농구처럼 경기에 패한 뒤에는 물론 복싱의 방철미처럼 금메달리스트까지 기자회견에 불참해 이유를 궁금케 했다. 조직위는 그저 “북한의 결정”이라는 답변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나마 압도적 기량을 선보인 역도 종목의 선수들이 취재진과 일부나마 소통하는 모습이었다.
55kg급의 강현경이 기자에게 “조선의 전통이 무엇인지 아는가”라고 물은 뒤 “승리의 전통”이라며 자신감을 보였고, 76㎏급의 송국향과 정춘희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도중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 올림픽위원회 대표단장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한 김일국 체육상도 적극적인 스포츠 외교에 나서기보다는 주요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정도의 ‘로키(low key)’ 행보를 보였다.
북한은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했던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외부와 선수단을 최대한 단절시킨 모습이었다. 선수들은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대부분 몹시 경직되거나 움츠러들어 있었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이 북한의 우방인 중국에서 열리면서 여러 종목의 응원 분위기가 북한의 ‘홈그라운드’를 연상케 했다는 점에서 선수단의 폐쇄적 태도는 각국 취재진의 의아함을 낳았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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