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어느 때보다 ‘특별한’ 스타가 많이 탄생했다.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e스포츠에서 44세의 나이에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V로 금메달을 목에 건 김관우는 중년 남성들에게 누구보다 큰 감동을 안긴 선수다.
김관우는 1990년대 말부터 격투 게임계의 ‘고인물'(오래된 고수)로 활약해왔다.
스트리트 파이터는 한국의 40대 남성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한 판’ 정도는 해봤을 인기 게임이다.
이 게임을 마흔이 넘도록 꾸준히 즐겨온 김관우는 10~20대가 대부분인 e스포츠 선수단에서 유일한 40대이자 최고참 선수로 대회에 참가했다.
승승장구한 그는 결승에서 대만의 ’79년생 동갑내기’ 샹여우린을 풀세트 접전 끝에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게임을 한다고 혼냈던 어머니가 우승 축하 문자를 보냈다며 울먹이는 김관우의 모습을 보며 많은 중년 팬이 옛 추억에 잠겼을 터다.
전국의 스트리트 파이터 고수들이 김관우의 ‘스파링 파트너’가 돼 줬다는 뒷얘기 역시 감동을 안겼다.
‘동호인 출신 양궁 국가대표’로 컴파운드 양궁에서 은메달 2개를 거머쥔 주재훈(31·한국수력원자력)도 영원히 기억될 선수다.
주재훈은 대학생이던 2016년 우연한 기회에 경북 경산의 컴파운드 양궁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활을 잡았다.
동호인 대회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며 자신의 ‘재능’을 뒤늦게 발견한 주재훈은 다섯 차례 도전 끝에 2023년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 태극마크를 달았다.
양궁이 생업인 다른 국가대표와 다르게, 주재훈은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정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한국수력원자력 청원경찰로 일하는 주재훈은 국가대표가 되자 진천 선수촌에서 훈련하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직장에 무급 휴직계를 내야 했다.
두 살, 다섯 살 아들을 돌보는 일을 부인에게 맡기고 국가대표로 ‘취미 활동’을 해온 주재훈은 늘 “와이프에게 고맙다”, “사랑하는 와이프 덕이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해 취재진을 웃게 했다.
직장 일을 병행하면서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된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주재훈은 유튜브를 통해 외국 선수들의 자세와 장비 튜닝법, 멘털 관리 노하우 등을 배웠다. 그리고 동호인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면서 배운 것들을 ‘실습’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또 퇴근 후 2∼3시간 정도 훈련했는데, 전문 선수들의 3배 속도로 활을 쏴 ‘직장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해냈다.
주재훈은 생업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올해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국가대표에 도전하지 않을 생각이다.
e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카드 게임 ‘브리지’에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7남인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부인 김혜영(63)이 참가해 관심을 끌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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