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47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가 열린 지난 16일 동안 각기 다른 이유로 고개를 숙인 이들이 있다.
태극마크와 함께 부푼 꿈을 안고 중국 항저우 땅을 밟았건만 일부 태극전사들은 후회와 반성 속에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특히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등 스포츠 정신을 해하는 선수들에겐 여론의 뭇매가 이어졌다.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당진시청)는 지난달 25일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 탈락한 뒤 라켓을 거세게 내리치며 분풀이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상대 선수 카시디트 삼레즈(태국)가 악수하려 다가갔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짐 정리만 했다. 결국 삼레즈는 머쓱하게 돌아섰다.
이후 권순우는 자필 사과문을 통해 “국가대표 선수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경솔한 행동을 했다”며 “태극마크의 무게를 깊이 생각하고 책임감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성찰하며 모든 행동에 신중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롤러스케이트 정철원(안동시청)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에 질타받았다.
정철원은 지난 2일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3,000m 계주에 출전해 마지막 바퀴 때 결승선 앞에서 때 이른 세리머니를 하다 대만에 역전을 허용했다.
정철원이 금메달을 예감하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사이, 뒤에 있던 대만 선수가 왼발을 내밀어 결승선을 먼저 통과한 것이다.
금메달을 놓친 것은 물론, 정철원 자신과 동료 최인호(논산시청)는 병역특례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됐다.
정철원은 당시 현장에서 “제가 방심하고 끝까지 타지 않는 실수를 했다”며 “(동료)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팬들에게 받는 사랑의 크기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남긴 스포츠 종목들도 면목 없긴 마찬가지다.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가운데 배구(남녀)와 농구(남자)는 안 좋은 의미로 역대급 기록을 작성하며 ‘우물 안 개구리’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남자배구는 대회가 공식 개막하기도 전에 인도, 파키스탄 등을 상대로 졸전을 거듭하다 6강에 오르지 못하고 61년 만의 노메달 수모를 안았다.
임도헌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국제대회에서 우리의 실력이 이 정도다. 정말 앞으로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자배구도 2006년 도하 대회 이래 17년 만이자 아시안게임 역대 두 번째 노메달을 기록하면서 남녀 배구는 사상 첫 ‘동반 노메달’을 합작했다.
남자 농구 역시 2006년 도하 대회(5위) 이후 17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하더니 5∼8위전에서 이란에도 패한 끝에 역대 최저 순위(7위)로 대회를 마쳤다.
추일승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8강 탈락 당시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 죄송스럽다. 개인적으로도 치욕스러운 대회”라고 사과했다.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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