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희(롯데 자이언츠)에게 항저우는 약속의 땅이다. 다른 타자들이 비교적 부진한 가운데 홀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류중일호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2차 3라운드 전체 24번으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윤동희는 우투우타 외야수다. 데뷔시즌이던 그해 4경기에 나서 타율 0.154(13타수 2안타) 1득점에 그쳤지만, 올해 자신의 기량을 만개시켰다. 대표팀 소집 전까지 성적은 100경기 출전에 타율 0.296(358타수 106안타) 2홈런 39타점이었다.
당초 그는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대회가 열리기 직전 윤동희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대표팀 소집 전날인 9월 22일 손가락 물집 부상이 있는 이의리(KIA 타이거즈)를 대신해 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그를 선택한 것.
하지만 당시에는 이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대표팀에 좌완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김영규·NC 다이노스, 최지민·KIA 타이거즈)한데, 내야수를 뽑았기 때문. 대표팀은 외야 자원 및 오른손 타자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윤동희를 뽑았다고 해명했으나 팬들의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지난 달 28일 항저우에 입성하며 “내야수 중에는 윤동희가 가장 컨디션이 좋다”고 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런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이라도 하듯 윤동희는 항저우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6번타자 겸 우익수로 출격해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올린 1일 홍콩전(10-0 한국 승)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튿날이었던 2일 대만전에서는 같은 위치에서 출전해 대표팀이 기록한 6안타 중 절반인 (4타수) 3안타를 책임졌다. 당시 대표팀이 0-4로 완패하긴 했으나, 윤동희의 활약은 야구 팬들에게 많은 위안을 안겼다.
그러자 류중일 감독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3일 태국전에 그를 3번 타순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기세가 오른 윤동희는 3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3득점으로 고감도의 타격감을 과시하며 한국의 17-0 5회 콜드승을 견인했다. 5일 일본전 전까지 이번 대회 성적은 12타수 7안타(타율 0.583) 1홈런 5타점 5득점이다.
이 같은 활약을 지켜본 류중일 감독은 태국전이 끝나고 “윤동희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라고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윤동희는 “대표팀에 합류하게 돼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면서 임하고 있다. 좋은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에 걸맞게 집중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첫) 국제대회라고 더 잘하려고 하면 더 못할 것 같았다.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임하다 보니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지난 2010 광저우 대회, 2014 인천 대회,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4연패를 목표로 내걸었던 대표팀. 다만 대만전 완패로 이를 장담할 수는 없는 처지가 됐다. B조 2위로 슈퍼라운드에 나서는 한국이 손쉽게 결승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 모두 승전고를 울려야 된다.
만약 한국이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고, 대만 역시 결승에 올라온다면, 대표팀은 조별리그 패배를 설욕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윤동희가 현재 가장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대만전) 결과는 패했고, 다들 아쉬워한다. 하지만 형들이 ‘괜찮다. 이번에는 졌지만 다음에 만났을 때가 더 중요하니 잘 준비해보자’고 했다. 다시 만나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꼭 결승에 진출해 대만전에서 승리하겠다”. 윤동희의 말이었다.
대표팀으로서도 윤동희의 활약이 꼭 필요하다. 한국은 조별리그 내내 극심한 공격력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여기에 슈퍼라운드에서 만나게 될 팀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비롯해 몰라보게 성장한 중국까지 나름대로 장점이 뚜렷한 강팀들이 즐비하다. 현재 타격 컨디션이 제일 좋은 윤동희가 타선을 이끌어줘야 한다.
과연 윤동희는 오늘(5일) 일본전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슈퍼라운드에서도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 수 있을까. 이는 한국의 아시안게임 4연패에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항저우(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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