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역도 등 주요종목 경기 관람했지만 관련 보도 없어
(항저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석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인 김일국 체육상이 대회 기간 내내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의 장관급인 김일국은 북한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그를 단장으로 하는 올림픽위원회 대표단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이튿날 보도했다.
2016년 체육상에 오른 김일국이 올림픽위원회 대표단장 자격으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것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게임에 이어 두 번째다.
2018년 당시에는 김일국 일행과는 별도로 리룡남 내각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이 개막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오랜 ‘혈맹’인 북중관계를 고려할 때 전혀 예상밖 행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북한이 예상을 뒤엎고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자 ‘어색하고 불편한’ 북중 관계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노골화하고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착하는 북한을 중국이 부담스러워하는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김일국은 항저우에 도착한 뒤 대부분 시간을 선수촌 숙소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진다.
개막 13일째인 5일 현재까지 북한 매체에서는 그가 지난달 23일 개막식에 참석했다는 보도 외 다른 소식은 일절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그가 북한 선수들의 주요 경기장에 종종 모습을 비추고 있긴 하다. 북한과 일본의 남자 축구 8강전, 여자 복싱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방철미 선수 시합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북한 선수들이 잇따라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선전한 역도 종목에서는 지난달 30일 시상자로 나서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역도 55kg급에서 금메달을 딴 강현경이 촬영에 앞서 자신의 메달을 마치 ‘선물하듯’ 건네자 사양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5년 만에 복귀한 종합 국제대회인 아시안게임에 참석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로서 ‘스포츠 외교’를 활발히 펼치는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
경기장 ‘VIP 대기실’에서 다른 나라 관계자와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정도가 일부 취재진에 포착됐을 뿐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45개국 주요 인사들이 모인 국제적 축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로키(low key)’ 행보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일국은 언론 접촉도 꺼리고 있다. 경기장을 찾은 김일국에게 연합뉴스 기자가 여러 차례 접근해 북한팀에 대한 평가와 해당 경기 전망 등을 물었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북한 주요 인사의 공개적인 언론 인터뷰는 선수단을 이끄는 오광혁 체육성 부상이 입촌식 직후 스포츠 전문 매체인 SNTV와 나눈 짤막한 대화가 전부다.
오광혁은 “역도, 유도, 레슬링, 권투를 비롯해 남녀 축구 종목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결과가 모든 것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선수단은 대회 기간 한국 취재진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리유일 여자 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30일 한국전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가 북한을 ‘북측’이라고 하자, “북측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그걸 좀 바로 합시다”라고 맞받았다.
그 전날 여자 농구 남북 대결에서 패배한 뒤 회견에서도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기자의 ‘북한’ 언급에 “우리는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문 약칭)다.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부르지 말라. 그것은 좋지 않다. 이름을 정확히 불러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23일 개막한 항저우 아시안 게임은 종반으로 치달아 오는 8일 폐막한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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