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롤렉스 시계는 누구에게로 가죠?”
LG 트윈스 오지환은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3차전 원정 맞대결에 유격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 1도루로 ‘원맨쇼’ 활약을 선보였다.
LG는 전날(3일) 의도치 않게(?)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LG는 3일 경기 전까지 매직넘버 1을 남겨두고 있었는데, 2~3위에 랭크돼 있던 KT 위즈와 NC 다이노스가 모두 패하면서, 남아있던 매직넘버가 완전히 소멸됐다. 때문에 LG 선수단은 부산 원정을 향해 이동 중이던 버스 안에서 우승을 거두는 상황을 맞게 됐다.
하지만 LG 선수들은 4일 비록 원정이지만, 제대로 즐겼다. LG는 당초 경기가 끝난 뒤 팬들에게 감사함을 담은 인사를 전할 예정이었다. 어차피 세리머니를 할 예정이라면, 승리를 거둔 뒤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베스트 시나리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됐다. 그 중심에는 ‘캡틴’ 오지환이 있었다.
오지환은 첫 타석부터 펄펄 날았다. 오지환은 2회초 1사 주자 없는 첫 번째 타석에서 득점과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롯데 선발 이인복을 상대로 안타를 터뜨린 뒤 도루를 성공하며 득점권 찬스를 만드는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두 번째 타석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오지환은 0-3으로 뒤진 1사 1루에서 다시 한번 이인복을 상대로 안타를 생산하며 멀티히트를 완성했고, 찬스를 마련했다. 여기서 LG는 박동원의 적시타와 문성주의 희생플라이로 두 점을 뽑아내며 롯데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6회에는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역할을 해냈다. 오지환은 2-3으로 근소하게 뒤진 6회초 무사 2루의 찬스에서 롯데의 바뀐 투수 구승민을 상대로 3구째 132km 포크볼에 방망이를 내밀었고,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안타를 쳐냈다. 이때 2루 주자 오스틴 딘이 홈을 밟으면서 승부는 원점이 됐고, LG는 오지환의 활약을 바탕으로 6회에만 3점을 뽑아내며 경기의 주도권을 손에 쥐었다.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던 경기는 9회초에 LG 쪽으로 확실하게 승기가 기울었다. 그리고 이 역할을 오지환이 해냈다. 오지환은 6-6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2사 3루에서 롯데의 ‘장발클로저’ 김원중의 8구째 148km 직구를 받아쳤다. 투수 방면으로 강하게 뻗은 이 타구는 김원중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되는 내야 안타로 연결됐고, LG가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결정타가 됐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오지환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우승 기념모자와 티셔츠를 입은 소감을 묻자 “조금 떨리는 것 같다. 너무 늦게 (우승을) 한 것 같아서 팬분들께는 죄송하다. 그래도 내게는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인 것 같아서 조금은 설렌다”며 ‘어제(3일) 버스 안에서 우승이 결정됐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달라’는 말에 “오늘이 훨씬 좋은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오지환은 “어제는(3일) 두 팀이 다 져버려서, 우리가 해낸 것 같은 느낌보다는 우승을 통보받은 기분이라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오늘은 끝까지 경기를 했고, 접전 상황에서 역전승을 하다 보니 더 좋은 것 같다”며 “(이기고 세리머니하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집중을 했다. (정)주현이가 앞에서 못 쳤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까봐 어떻게든 해결을 하려고 했는데, 이기고 세리머니를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오지환은 지난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원클럽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때문에 LG의 ‘암흑기’를 모두 겪었던 몇 안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게다가 올해는 ‘캡틴’이라는 중책까지 맡고 있는 가운데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거뒀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형들이 많이 생각이 났다. 선배들도 다 같이 누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못 이뤄서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래도 다 연락을 통해 축하해주시더라. 버스에서 영상으로 보면서도 좋았는데, 오늘 또 역전승을 해서 기쁘다”며 “중심이 흔들릴 수 있었는데, 이를 잡아주는 선배들도 있었다. LG의 중심에 서다 보니 기분이 더 좋았다”고 웃었다.
계속해서 오지환은 “야구는 꼴등이 1등을 이길 수 있고, 1등이 꼴등에게도 질 수 있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내가 주장으로 있을 때 작년 87승으로 단일 시즌 최다승을 거뒀는데, 올해는 더 욕심이 나더라. 그래서 올해는 88승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무조건 남은 경기에서도 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LG의 시선은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4승만 거두면 꿈에 그리던 ‘통합우승’을 달성할 수 있는데, 故 구본무 회장이 준비했던 ‘롤렉스’ 시계와 ‘아와모리 소주’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는 정말 다를 것 같다. 4경기만 이기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우승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면서 “롤렉스 시계는 누구에게로 가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MVP에게 간다’는 말에 “궁금하다. 시계를 한 번 보고 싶기는 했다”며 ‘현재 시계 가격이 프리미엄이 붙어 2억원이 넘는다’는 말에 “정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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