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배구를 먼저 잘해야 된다.”
임도헌 감독이 이끈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내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7위. 믿을 수 없는 순위.
이번 대회를 제외,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최저 성적은 1962 자카르타 대회 5위였다. 1966 방콕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14회 연속 메달 행진을 이어왔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 기록이 뚝 끊겼다.
예선 1차전,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이 73위에 불과하던 인도에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하며 한국 배구 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예선 2차전, 캄보디아를 3-0으로 제압했지만 매끄러운 경기 내용은 아니었다.
그리고 더 큰 충격을 준 경기는 12강 파키스탄전이었다. 한국은 파키스탄을 상대로 단 한 세트도 가져오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하며 1-6위전이 아닌 7-12위전으로 떨어졌다.
임도헌 감독은 경기 후 “이번 대회에서 좌우 밸런스가 안 맞다 보니 경기를 펼치기 어려웠다”라며 “우리 미들블로커진이 취약하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핑계다.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바레인과 7-12위 결정전, 태국과 7-10위 결정전, 인도네시아와 7-8위 결정전에서 승리를 가져왔지만 매 세트 불안감을 주며 매끄러운 경기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남자 배구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으니, 바통을 이어 받는 여자배구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여자배구 역시 남자배구와 마찬가지로 최근 국제 대회 성적이 좋지 못하다. 아시안게임 전에 열린 세 개의 대회에서 모두 처참한 성적을 냈다.
경기력은 지난해에 비해 조금 올라왔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결과물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중요하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 15번 나서 단 한 번을 제외한 14번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2006 도하 대회(5위)에서만 노메달이었다. 여자배구 대표팀도 대회를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대표팀 주장 박정아(페퍼저축은행)는 “우리도 교훈 삼아 첫 경기부터 ‘열심히 하자. 정신 똑바로 차리자. 집중하자’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자신들의 배구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자르 감독은 “외부에서 오는 어떤 압박감, 부담감은 없다. 내가 어떤 훈련을 제공할 수 있을지, 내가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그 부담이 더 크다”라고 힘줘 말했다.
박정아는 “남자배구 신경 쓸 새 없이 우리 배구를 먼저 똑바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으며, 미들블로커 정호영(정관장)은 “난 신경 안 쓴다. 남자 배구는 남자 배구다. 남녀 둘 다 힘든 길을 걷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길을 걸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일하면 되는 거니까 신경 안 쓰려 한다”라고 말했다.
여자배구도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과연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까. 한국은 베트남, 네팔과 함께 C조에 속했다. 10월 1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베트남, 10월 2일 오전 10시 30분 네팔과 경기를 가진다. 조 2위 안에 들면 A조 1, 2위 팀과 8강리그를 치른다.
항저우(중국)=이정원 MK스포츠 기자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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