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여자 해머던지기에서 한국 신기록 세우며 동메달 획득
(항저우=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친구들은 “미쳤다”고 놀라워했고, 한국 육상 대표팀 선배들은 “막내가 미래다”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국 육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여자 해머던지기에서 메달을 획득한 김태희(18·이리공고)는 “지금 메달을 가지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태희는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해머던지기 결선에서 64m14를 던져 3위에 올랐다.
처음 성인 국제대회에 나선 김태희는 주눅 들지 않고, 강나루가 2012년에 세운 한국 기록 63m80을 11년 만에 34㎝ 넘어선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김태희는 올해 7월 자신이 작성한 61m24의 한국 고교 기록도 바꿔놓으며, 한국 기록과 고교 기록을 동시에 보유한 선수가 됐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30일 오전 일찍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으로 향한 김태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 정말 기뻐서 눈물이 쏟아졌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가족, 친구, 대표팀 선배들께 많은 축하를 받았는데 ‘정말 실제로 일어난 일인가’라는 생각에 얼떨떨하다”고 했다.
그는 “여자 해머던지기에서 메달을 딴 첫 한국 선수라는 타이틀도 지금은 와닿지 않는다”며 “시상식에서도 울었는데, 경기 뒤 부모님께서 ‘우리 딸, 장하다’라고 말씀하셔서, 또 눈물이 났다”고 덧붙였다.
김태희는 1∼6차 시기까지 주어진 기회에서 5차 시기에 64m14을 던져 여우야젠(대만)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여우야젠의 기록은 63m21이었다.
4차 시기까지 59m93으로 공동 7위였던 김태희는 5차 시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메달권에 진입했다.
김태희는 “경기 중에 비가 내려서 손이 미끄러웠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힘 빼자’라고 나에게 말하며 차분하게 해머를 던졌다”고 떠올렸다.
초등학교 때 포환던지기 선수로 육상에 입문한 김태희는 중학교 때는 원반던지기 선수로 뛰었다.
고교 1학년인 2021년에 해머던지기를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전국육상대회 해머던지기 경기에 출전했다.
김태희는 “포환, 원반던지기를 할 때는 기록이 늘지 않았다”며 “선생님들의 권유로 해머던지기로 전향했는데,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짧은 시간에 김태희는 한국 여자 해머던지기 현역 최고로 올라섰다.
2022년 10월 쿠웨이트에서 벌인 아시아청소년선수권(18세 미만) 여자 해머던지기에서 우승한 김태희는 올해 20세 미만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서 3위에 올랐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도 선발됐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육상 대표 45명 중 고교생은 남자 높이뛰기 최진우(울산스포츠과학고)와 김태희, 두 명뿐이다.
2005년생인 대표팀 막내 김태희는 처음 출전한 종합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한국 여자 해머던지기 최초로 아시안게임 메달까지 손에 넣었다.
김태희는 “다음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다. 나는 아직 어리니까,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해도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출전을 노릴 수 있다. 포기하지 않겠다”며 “우리 육상, 특히 투척 종목에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내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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