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축구 선발팀, 올해 두 차례 덴소컵에서 일본에 2연패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인재 육성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한국 24세 이하(U-24) 축구 대표팀이 바레인을 상대로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지난 24일 저녁. 이에 앞서 안양종합운동장에서는 제22회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이 펼쳐졌다.
축구 팬들의 관심이 온통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황선홍호’에 쏠린 가운데 한국 대학 선발팀은 일본 대학 선발팀과 접전 끝에 1-2로 패했다.
한국 대학 선발팀은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제21회 덴소컵에서도 0-1로 패해 올해 두 차례 맞대결에서 2패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거뒀다.
한국은 동아시아축구의 맹주로 호령했지만, 사실 최근 상황만 따지면 ‘옛말’이 돼가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숫자는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한국이 일본에 밀린 지 오래다. 9월 FIFA 랭킹에서 일본은 19위, 한국은 이란(21위)에 이어 26위로 아시아에서도 세 번째다.
아시아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아시안컵에서도 한국은 두 차례 우승(1956년·1960년)했지만. 일본은 4차례(1992년·2000년·2004년·2011년)나 정상에 오르면서 최다 우승국 지위를 보유했다.
한국의 우승이 무려 63년 전인 반면 일본 축구는 1990년대 이후에 4번이나 우승하는 비약적 성장을 했다
최근에는 일본과 연령별 국가대항전에서도 승리 소식을 듣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제22회 덴소컵에서 한국 대학 선발팀을 지휘한 서혁수(49) 제주국제대 감독 역시 일본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서 감독은 K리그 전북과 성남에서 216경기를 소화한 수비수 출신 지도자다.
서 감독은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인재 육성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강조했다.
특히 대학 선수들이 국가 대항전을 치르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덴소컵은 선수들이 능력을 키우고 시야를 넓히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덴소컵은 일본 자동차 부품기업인 덴소(Denso)가 축구 발전 및 미래 축구 인재 양성을 위해 30여년간 꾸준히 후원하고 있는 대회다. 한일 대학 정기전은 올해 22회째를 맞았다.
올해부터는 대학 1, 2학년 대회와 여자 대학부 경기까지 추가됐다. 대학 선수들에게는 국제 무대 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가 늘어난 셈이다.
국내에 이런 대회를 꾸준히 후원하는 기업 문화를 찾아보기 힘든 게 부러운 대목이다.
덴소컵을 치른 서 감독은 “패배가 아쉬웠지만 우리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한국 선발팀에 뽑혀 함께 훈련하고 국가대항전을 치르는 과정 자체가 선수로서 능력을 높이고 시야를 넓히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축구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서 감독도 동의했다.
서 감독은 “일본이 잘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예전에는 기술만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파워나 스피드는 물론 연계 플레이 등 다양한 점에서 성장한 게 보인다”라며 “10년 넘게 일본 축구를 지켜봤는데 그동안 꾸준히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선수들 개인 능력이 좋아 피지컬을 앞세워 강하게 압박하려고 했다”라며 “일본 선수들은 당황하지 않고 잘 풀어냈다. 기본적인 개인 능력이 좋고,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 주변 상황을 보면서 볼을 연결하는 능력이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는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할까.
이에 대해 서 감독은 “대학 축구는 한국 축구의 미래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라며 “일본은 오래전부터 덴소컵을 통해 대학 축구 발전을 지속해왔다. 이런 노력이 좋은 선수들의 성장 토대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해외에서 뛰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고, 대학 축구에도 유망주가 많다. 다만 인재 육성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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