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척 심혜진 기자] 야구 대표팀은 원 팀이다. 그래서 서로의 영업비밀도 서슴없이 알려준다. 시즌에 들어가면 역적(?)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서로서로 물어보고 알려주고 있다.
류중일호는 어느 대표팀보다도 연령대가 낮아 젊다. 역대 최약체로 불리긴 하지만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 돼 분위기가 더 밝다. 우려도 있지만 기대도 되는 이유다.
6개월 전인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만 해도 무거운 분위기였다. 앞선 대회였던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치면서 부담감은 더욱 커졌. 이어진 WBC에서는 고참들이 이끌어나갔지만 충격 탈락하고 돌아왔다. 대회 기간 음주 파문도 있어 더욱 그랬다.
그런데 류중일호는 조금 다르다. 일단 연령대가 다르다. 처음에는 만 24세, 프로 데뷔 3년차로 꾸려지려다가 대회가 1년 연기 되면서 만 25세, 프로 4년차로 바뀌었다. 선수들의 연령 나이가 다 비슷하고, 연차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더욱 화기애애하다. ‘MZ’세대로 구성된 만큼 밝은 편이다.
또 성인 대표팀에 처음 차출된 선수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분위기에서 시작하는 느낌이다. 주장 김혜성을 중심으로 ‘형’들이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자연스레 대화도 많아지고 있다. 투수 야수 할 것 없이 삼삼오오, 같은 포지션별로 모여 웃으며 대화를 나눈다. 27일 마지막 훈련에서는 투수들의 대화합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나균안(롯데)이 원태인(삼성)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훈련 종료 후 만난 원태인은 “(나)균안이 형으로부터 포크볼 그립을 배웠다. 올해 탈삼진이 적었는데 내년에는 삼진을 많이 잡고 싶다. 이제 내 체인지업에 타자들이 속지 않는다. 대표팀에 와서 타자들에게 물어보니 체인지업만 노리고 들어온다고 하더라. 그래서 성적도 좋게 만들고 싶고, 포크볼이나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물어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에 따르면 팀 동료 오재일은 나균안의 포크볼을 두고 우에하라 고지의 전성기 포크볼보다 더 좋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우에하라는 일본 야구의 전설적인 포크볼러로 유명하다.
원태인은 “타자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을 거니깐 배워보려고 했던 것 같다. 캐치볼 때 보니 직구처럼 오다가 뚝 떨어지더라”고 감탄했다.
나균안은 “어떤 느낌으로 던지는 지 알려달라고 해서 이야기해줬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 나는 이런 느낌으로 던진다 정도 이야기해줬다”면서 “나는 (장)현석이에게 커브를 어떻게 던지는지 물어봤다. 후배라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균안으로부터 포크볼을 배웠다면 원태인은 박영현(KT)에게 슬라이더를 전수했다.
그는 “(박)영현이가 나랑 던지는 유형이 비슷하다. 공감대가 많아서 자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제(26일)도 (숙소) 방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슬라이더를 가르쳐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가르쳐줬는데 시합(연습경기) 때 바로 그 공으로 삼진을 잡더라”고 놀라워했다.
이어 “정말 난놈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도 슬라이더를 130km 이상 못 던져봤다고 했는데 어제 바로 137km이 나왔다. 던지고 바로 나를 쳐다보고 웃더라”고 말했다.
삼성 팀 동료들에게는 미안함을 전했다. 원태인은 “팀으로 돌아가면 타자 형들에게 혼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잘 던지니깐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웃어보였다.
오고가는 영업 비밀 전수 덕에 대표팀은 더욱 원팀이 되고 있다. 이제 결전지인 항저우로 떠난다. 류중일호의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4연패에 성공하고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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