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 200m 마친 뒤 1~2위 차지한 서로 격려
판잔러, 황선우 향해 중국 홈 팬들 함성 이끌어내
세계 최정상까지 거센 물결 넘어야 하는 서로에게 큰 힘
‘포스트 박태환’ 시대를 열어젖힌 황선우(20·강원특별자치도청)가 판잔러(19·중국) 덕분에 중국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황선우는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펼쳐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4초40의 한국 신기록 및 대회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남자 계영 800m 금메달에 이어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한 황선우는 수영 2관왕이 됐다. 2회 연속(2006·2010) 3관왕을 달성한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 대회서 금메달 2개 따낸 한국 수영 선수가 탄생한 순간이다.
황선우는 자유형 100m에서는 판잔러를 넘지 못하고 동메달에 만족했지만, 주 종목 200m에서는 예상대로 레이스 시작부터 끝까지 여유 있게 1위를 달렸다. 판잔러는 1분45초28의 기록으로 이호준(1분45초56)에 간신히 앞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물에서는 메달을 놓고 다퉜지만, 물 밖에서는 ‘친구’였다. 일방적인 중국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도 황선우에 뒤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판잔러는 황선우의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팬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중국 선수가 한국 선수의 팔을 들어 올리며 홈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내는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같은 시각 축구 16강전에서는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에 실점하자 환호하는 중국 관중들도 많았다. 한국 선수가 실수하면 비웃을 정도인데 그때의 상황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판잔러가 아니었다면 황선우 역시 중국 팬들로부터 이 같은 반응은 결코 기대할 수 없었다.
둘은 국제무대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자주 마주치면서 우정을 쌓아갔다. 서로가 서로를 ‘소중한 경쟁자’로 칭하며 건강한 경쟁 구도를 형성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엄숙하거나 무거운 관계는 아니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다음 경기 선전을 응원하며 장난스럽게 “짜요”를 던진다. 종목에 따라 금메달 주인공이 바뀔 때도 서로를 축하하고 존중했다. 함께 손으로 ‘V’ 자를 그리는 장난도 이어간다. 축구 선수들이 유니폼을 교환하듯 경기 후에는 기념으로 서로의 수영모도 주고받는다.
황선우는 “(판잔러는)멋있는 선수이자 장난기 많은 선수”라면서 “중국에서 슈퍼스타인데 나를 그렇게 대우해줘서 고마웠다. 서로 자유형에서 성장하고 있다. 선의의 레이스를 하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까지 함께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유형 200m에서는 2회 연속 세계선수권 메달을 획득할 만큼 이미 정상권에 있지만,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넘어야 할 거센 물결을 앞에 두고 있는 황선우에게 판잔러는 소중한 경쟁자이자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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