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혁 “석연치 않은 판정들 있었어…중국 선수들은 잡고 때려”
이다빈 “중국 관중 응원 영향은 없었지만…선수들 최선 다해”
(항저우=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태권도 겨루기 혼성 단체전은 우리나라가 우승을 노리던 종목이었다.
그러나 금메달은 개최국 중국에 돌아갔다.
25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박우혁, 서건우(이상 한국체대), 이다빈, 김잔디(이상 삼성에스원)로 팀을 꾸린 ‘종주국’ 한국은 중국 팀(추이양, 쑹자오샹, 쑹제, 저우쩌치)에 3라운드 점수 합계 77-84로 졌다.
경기 종료 1분 19초 전 70-77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어진 대표팀은 막판에 힘을 내며 대역전극을 노렸다.
77-79까지 따라붙은 종료 15초 전부터는 적극적으로 머리 공격만 노리며 마지막 힘을 짜냈으나,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7점 차로 졌다.
내내 경기장이 떠나가듯 응원해 자국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은 중국 관중들은 경기 종료와 동시에 환호성을 내며 우리나라를 꺾은 기쁨을 터뜨렸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우혁은 중국의 ‘홈 어드밴티지’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했다.
박우혁은 “선수들도 많이 준비했고, 너무 간절했다. 우리도 많이 기대했다”며 “1등에 대한 욕심이 컸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경기에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느끼기에는 석연치 않은 판정들도 많았다.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은메달이 확정된 순간 허탈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쥔 선수들은 시상식이 진행되는 순간에는 아픔을 조금이라도 털어냈는지 웃음도 보였다.
박우혁은 “우리가 너무 허탈해서 그런 거다. 실력으로 졌으면 우울했을 텐데 그게 아니다”라며 “정말 열심히 때리고 했다. 붙잡혀서 맞았는데 감점도 안 주고 그런 장면들이 보면 억울하게 졌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도 다 아는 얼굴이고 심판들도 다 아는 심판들인데, 이런 큰 무대에서 이런 판정이 나와서는 안 된다. 솔직히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여자 서수들이 굉장히 많이 잡은 채로 쳤다. 우리 선생님들이 깃발을 들면 바로 선수를 교체해줘야 하는데 중국 측만 먼저 (깃발을) 올리면 다 교체해주고 그랬다”며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 부분은 다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혼성 단체전은 남자 2명과 여자 2명, 총 4명이 한 팀을 이뤄 일대일 방식으로 승부를 겨뤘다.
1라운드 4분, 2·3라운드는 3분씩 진행됐다. 1라운드에는 4명이 1분씩 교체하고, 2·3라운드에서는 벤치에서 깃발을 올리면 수시로 선수를 바꿀 수 있다. 단 동성 선수끼리만 상대한다.
밖에서 경기를 지켜본 남자 58㎏ 금메달리스트 장준(한국가스공사)도 “일단 중국 선수들이 많이 잡으면서 하더라. 우리는 잡으면 바로 감점이고, 중국 선수들은 잡고 점수를 뽑는데도 감점은 잘 없어서 아쉬웠다”고 평했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딴 이다빈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다빈은 “열심히 준비한 경기에서 영광스러운 은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면서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개인전 종목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중들의 거세고 적대적인 응원이 경기력에 영향을 줬는지 묻자 이다빈은 “선수 4명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영향은 없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나 중국 선수들에게 경기 도중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은 중국 선수들은 2라운드부터 과감하고 저돌적으로 공세를 펴기 시작했고, 어느새 수세에 몰린 대표팀이 추격하는 양상으로 경기가 전개됐다.
실제로 3라운드에 수차례 역전까지 했지만, 한끗이 모자랐다.
이다빈은 “경기 흐름, 주도권을 빼앗겼다. 흐름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끌려가는 경기를 했다”면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네 명의 선수가 모두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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