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꺾었던 후배 오상욱에 막혀 개인전 은메달…”4연패 도전 자체가 영광”
“오상욱이 금메달 딴 것이 4연패만큼 기뻐…단체전에서 금메달 따겠다”
(항저우=연합뉴스) 김보람 최송아 기자 =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4연패를 한 발 차로 놓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은 자신을 넘고 우승한 후배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을 축하하며 ‘후련함’을 더 크게 드러냈다.
구본길은 25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을 마치고 “4연패 기록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기에 못 이뤘다고 해서 아쉽지는 않다. 오상욱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이 4연패 한 것만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연이어 남자 사브르 개인전 정상에 올랐던 구본길은 이번 대회에서 4연패라는 금자탑에 도전했다.
공교롭게도 자카르타 대회 때 결승전 상대였던 오상욱과 올해도 다시 결승에서 만났는데, 5년 전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3연패를 달성했던 구본길은 이번엔 7-15로 패하며 후배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엔 서로 멋있게, 열심히,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파이팅’했다”고 전한 구본길은 “후반에 제가 많이 급해져 상욱이보다 여유가 없었다”고 패인을 짚었다.
이어 “자카르타 대회 결승전 맞대결 땐 상욱이의 병역 문제가 걸려 있어서 제가 이기고도 마음이 불편했는데, 오늘의 은메달이 그때의 금메달보다 후련하고 기쁘다”며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경기해서 홀가분하고 좋다”고 말했다.
그는 “상욱이가 부상(지난해 11월 발목 인대 수술)을 겪고서 돌아왔는데, 지금은 다치기 전의 기량을 회복했다고 본다”며 “내년 파리 올림픽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기수로 나서고, 대회 조직위원회가 펜싱 종목에서 가장 주목할 선수로 꼽을 정도로 위상을 인정받은 그는 결승전에선 졌지만, 여전한 아시아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8강전에선 홈 팬의 응원을 등에 업은 중국 선수와의 대결에서 애매한 판정 속 10-14로 벼랑 끝에 몰렸다가 대역전승을 거뒀고, 유시프 알샤믈란(쿠웨이트)과의 준결승전에서는 초반 1-5 열세를 뒤집고 이기며 결승까지 올랐다.
구본길은 “4연패 도전 그 자체로 영광이었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면서 “단체전(28일)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파리 올림픽에서도 오상욱과 대결을 꿈꾸고 있지 않으냐’는 질문엔 “그건 희망 사항”이라며 미소 지었다.
다만 구본길은 ‘하계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기록에 대한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역대 하계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기록은 현재 6개로, 수영의 박태환과 펜싱의 남현희 등이 보유했다.
5개의 금메달을 가진 구본길이 이번 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면 이들을 앞질러 단독 1위가 될 수 있었는데, 일단 개인전에선 불발되고 단체전에서 ‘최다 타이’를 이룰 수 있다. 7개를 만들려면 이번 대회로는 부족해졌다.
그는 “이번에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20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가겠다고 동료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개인전까진 욕심내지 못하더라도 단체전이라도 따서 제 이름을 역사에 남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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