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 등 활용한 무대 효과로 탄소 중립…성화도 디지털 주자가 점화
(항저우=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이 열린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에는 최근 사흘 내내 비가 내렸다.
대회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을 앞두고 계속 비가 내리자 대회장 안팎에서는 ‘중국 당국이 개회식 당일 좋은 날씨를 위해 인공 강우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개회식 날인 23일 오전까지도 비가 계속되자 개회식 장소인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 대신 근처 실내 농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축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행히 비는 오후가 되면서 멈췄고, 계획대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은 중국의 최첨단 기술을 뽐내는 무대가 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개회식을 앞두고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의 ‘탄소 중립 대회’로 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중국 특유의 대규모의 불꽃놀이도 과감히 생략하고, 대신 ‘디지털 불꽃놀이’로 기분을 냈다.
TV 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불꽃놀이 안 한다더니…’라고 속아 넘어갈 정도로 현실감이 빼어난 3차원 애니메이션과 가상 현실 기술을 통한 불꽃놀이를 진행했다.
또 사샤오란 개회식 총감독이 예고한 대로 무대 바닥에 스크린을 설치해 다양한 효과를 내고, 3D 입체 스크린을 세워 항저우를 대표하는 강인 첸탕강을 스타디움 안에 그대로 재현해냈다.
축하 공연에서는 등불이 무대 위로 날아드는 효과를 냈고, 대회 마스코트가 등장하는 순서에서는 인공 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대형 축구공, 농구공 등이 경기장 안에 구현되기도 했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때도 탄소 중립과 HD 스크린 등을 활용한 무대를 꾸몄다.
당시 중국은 개회식 경기장 무대를 HD LED 스크린으로 설치해 눈과 얼음을 표현했고, 어린이 공연 때는 어린이들의 움직임에 맞춰 바닥 스크린에 움직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인공지능 라이브 모션 캡처 기술을 선보였다.
또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작은 규모의 성화로 친환경, 저탄소를 구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연출된 경기장 상단부와 바닥을 수직으로 연결한 스크린을 통해 폭포를 표현하는 장면 역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때도 나왔던 것이다.
사샤오란 개회식 총감독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는 폐회식에서 조명을 총괄했던 이다.
성화 점화 역시 사상 최초로 가상 현실의 점화자가 등장했다.
디지털 성화 봉송에 참여한 1억명이 넘는 전 세계 사람들을 표현한 디지털 점화자가 첸탄강을 가로질러 스타디움에 등장했고, 2021년 도쿄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왕순과 함께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 이후 처음 열린 국제 종합 스포츠대회인 2021년 도쿄올림픽 때부터 개·폐회식에 디지털 기술이 크게 가미되면서 경기장 현장에서보다 TV 중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는 흐름이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개회식 며칠 전부터 나돌았던 ‘인공 강우설’부터 개회식의 마지막 순간인 성화 점화까지 모두 중국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에서 종합 스포츠 대회가 열릴 때마다 나오는 ‘개회식 성화 최종 점화자는 판다가 아니냐’는 실없는 농담도 이날 디지털 공동 점화자가 스타디움 지붕 위를 뛰어넘는 장면을 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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