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이후 41년 만에 얻은 원정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회.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추일승호도 위태롭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은 대한민국 남자농구 역사에 있어 큰 도전이다.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에서 정상에 섰지만 원정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건 1982년 뉴델리가 최근이다. 그리고 추일승호는 41년의 기다림을 끝내고자 한다.
올해는 전과 달리 최고의 기회를 얻은 추일승호다. 금메달 경쟁국으로 꼽힌 아시아 강호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 2023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여파가 적지 않고 또 아시안게임을 유망주들의 무대로 생각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최정예 전력을 갖춘 팀이 많지 않다.
대회 개최국이자 중국은 에이스 저우치, 카일 앤더슨이 각각 부상, 시즌 준비를 사유로 불참한다. 여기에 알렉산더 조르제비치 감독과 왕저린의 불화설이 있고 추가 이탈이 발생하면서 전력이 전처럼 강하지 않다.
일본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 때와 같이 베스트 전력을 갖추지 않았고 이란은 하메드 하다디, 베흐남 야크찰리, 모하메드 아미니 등 삼각 편대가 은퇴와 차출 거부를 사유로 전력이 크게 떨어졌다.
필리핀도 저스틴 브라운리, 앙헬 쿠아메 합류를 제외하면 농구월드컵 대비 전력 약화가 두드러진다. 최대 복병이었던 레바논은 불참한다. 현시점에서 풀 전력으로 나서는 팀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론데 홀리스 제퍼슨이 건재한 요르단이 가장 위협적이다.
대한민국 역시 전력누수가 적은 건 아니다. 이현중, 여준석은 이른 시기에 대표팀 차출 요청을 고사했고 오세근을 필두로 문성곤, 송교창 등 핵심 전력이 대거 이탈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을 다른 아시아 강호들과 같이 생각하는 건 문제가 있다. 분명 대체 가능한 선수들이 예비 명단에 남아 있지만 그들을 선택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처럼 불가피한 선택이 아닌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그러니 변명이 되지 않는다.
현재 로스터를 보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이다. 전력누수에 대해선 다른 나라들이 최소 두 배는 더 심각한 상황이기에 엄살 부릴 여유가 없다. 그동안 일본, 필리핀만 경계하던 중국의 언론들이 대한민국을 금메달 경쟁국으로 갑작스럽게 언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최근 대한민국의 연습경기 결과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일본 전지훈련은 모든 내용이 비공개 처리되어 알 수 없고 귀국 후 치르고 있는 프로팀들과의 연습경기에선 패전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외국선수들이 합류했다고 하지만 그들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며 대표팀 선수들마저 빠진 프로팀이다. 그들에게 연전연패라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시안게임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시점에서 여전히 승리보다는 패배에 익숙한 추일승호다. 이러다 보니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더 심각하게 느껴지고 있다. 더불어 포워드 중심의 농구를 추구한 추 감독의 플랜에 큰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과의 7월 평가전에선 긍정적인 부분을 단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 채 문제점만 노출하기도 했다.
과정부터 흔들리다 보니 잡음에 시달리고 있는 추일승호다. 예비 신인 문정현의 경우 전체 1순위 지명이 유력하다는 평가이지만 드래프트 컴바인에 참가하지 않았다. 컴바인 과정에서 부상이 우려된다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로 말이다. 트라이아웃 역시 제대로 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로 인해 문정현의 신체 스펙은 베일에 싸였고 이에 대해 궁금한 프로 구단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프로 구단들과의 소통 부재 등 이미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수면 아래에선 추일승호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짙다.
절호의 기회가 최악의 위기가 될 수 있는 추일승호다. 아시안게임에 진심인 국가들이 많지 않은 현재 흐름에선 자카르타 때와 같이 동메달도 실패다. 최소 결승은 가야 명분이 생긴다. 심지어 금메달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최고의 기회를 놓친다면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들 듯하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결국 본 대회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추일승호는 오랜 시간 실전다운 실전을 치러본 적 없다. 일본과의 평가전 이후 2개월 동안 의미 있는 준비 과정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경쟁국들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 결국 현재의 위기를 누가 더 빨리 극복하는지에 따라 메달 색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추일승호는 그렇게 결전의 장소 항저우로 떠난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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