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수원 유진형 기자] 레그킥을 한 뒤 강력한 손목 힘과 엄청난 배트 스피드로 풀스윙한다. ’꽝’하는 소리와 함께 배트에 맞은 타구는 엄청난 속도로 우측 담장을 넘어간다. 배팅 게이지 안에 들어간 강백호는 모든 타격을 풀스윙으로 힘차게 돌렸다. 다소 와일드해 보일 수 있는 타격 자세로 변화구 대처가 어려워보이지만 강백호는 놀라운 컨택 능력으로 야구천재라 불렸다.
서울고를 졸업한 뒤 2018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강백호는 이정후와 함께 야구천재로 불리며 각종 국제대회에서 발군의 타격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개막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어이없는 주루사와 시즌 중 아리랑 송구로 각종 비난을 다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후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멘탈 문제로 결국 6월 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스트레스 영향인지 체중도 급격히 줄어들었고 많은 사람이 그의 상태를 걱정했다.
지난 5일 다시 돌아온 강백호는 대타로 만루 홈런을 치기도 했지만,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19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강백호는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팀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홈런을 친 뒤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예전보다 확실히 나이진 모습이었다. 홈런을 친 뒤 헬멧을 강하게 내려친 장준원에게 헬멧을 벗으며 화를 내며 장난치기도 했고, 박병호의 백투백 홈런이 나왔을 때는 박병호에게 조용히 다가가 손으로 툭 치며 특유의 무심한 듯한 장난을 쳤다. 안타를 친 뒤 1루 베이스를 밟았을 때는 삼성 1루수 류지혁의 장난에 반응하기도 했다.
KT 이강철 감독도 “강백호가 최근 타석에서 집중력이 많이 좋아졌다”라며 달라진 모습을 칭찬했다.
한편 강백호의 부활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게는 희소식이다. 이번 대표팀은 각 팀의 만 25세 이하 핵심 전력으로 대부분 구성됐다. 기존 대표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제대회 경험이 적다. 그런데 팀의 핵심을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정후가 부상으로 항저우행이 무산됐다. 결국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강백호가 공격의 중심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강백호는 도쿄올림픽에서 타율 0.308(26타수 7안타) 4타점, WBC에선 타율 0.500(14타수 7안타) 2타점을 기록할 만큼 개인 성적만 놓고 보면 그를 따라갈 타자가 없다.
결국 문제는 멘탈이었다. 멘탈 문제로 극심한 슬럼프를 겪던 강백호였지만 이제는 돌아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참가하는 국제대회마다 구설수에 올랐던 강백호에게 야구 인생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대회다.
[무시무시한 풀스윙으로 돌아온 강백호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