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스라엘 선수와 맞대결 앞둔 자국 선수에게 고의 패배 지시
4년 퇴출 징계 마치고 복귀…선수 4명 파견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스라엘 선수와 맞대결을 앞둔 자국 선수에게 고의 패배를 지시했다가 4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던 이란 유도대표팀이 국제무대에 복귀한다.
이란은 23일 개막하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마리암 베르바트(여자 70㎏급), 아볼파즐 마흐무디(남자 66㎏급), 메흐디 파티푸르(남자 66㎏급), 카심 바흐차기(남자 81㎏급) 등 4명의 유도 선수를 등록했다.
이란 유도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 출전하는 건 2019년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4년 만이다.
이란은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81㎏ 준결승에 진출한 당시 자국 선수 사이에드 몰라레이에게 패배를 지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몰라레이는 준결승에서 승리하면 적대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 국가대표 선수 사기 무키와 결승전을 치러야 했다.
이란은 자국 선수가 이스라엘 선수와 인사하고 경쟁을 펼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고의 패배를 요구했고 실제로 몰라레이는 준결승에서 기권했다.
해당 사건은 몰라레이가 국제사회에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IJF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경기 보이콧 행위를 그치겠다고 보장할 때까지 이란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무기한 정지하는 징계를 내렸다.
이후 이란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재소했고, 징계는 4년 국제대회 출전 정지로 줄어들었다.
이란 유도연맹은 징계 기간이 끝나자 국제무대 복귀를 공식화했다.
인사이드더게임즈에 따르면, 아라쉬 미레스마일리 이란 유도연맹 회장은 18일 총회에서 “항저우 대회에 4명의 선수를 파견한다”라며 “우리는 지난 4년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으나 신념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의 행위를 폭로했던 몰라레이는 독일에서 난민 생활을 하다 2019년 12월 몽골로 귀화했고, 지난해 아제르바이잔으로 다시 국적을 바꿨다.
아제르바이잔은 유럽 소속이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엔 출전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선 이란 유도 선수들이 몰라레이, 이스라엘 선수들과 만날 수 있다.
이란은 여전히 이스라엘과 맞대결을 꺼린다.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 선수들은 메달을 따기 위해 범죄 정권(이스라엘)과 경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스포츠대회 등에서 이스라엘과 경쟁을 거부해왔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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