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부터 잘했냐’는 마음으로 조금 내려놓고 하니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포스트시즌(PS·Post Season) 무대에는 꼭 한 번 서보고 싶습니다.”
최근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오영수의 활약 배경에는 ‘내려놓기’가 있었다.
지난 2018년 2차 2라운드 전체 19번으로 NC의 지명을 받은 오영수는 우투좌타로, 1루수와 3루수는 물론 우익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장타력이 강점으로 꼽힌 그는 2018~2019년 도합 1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 83경기에 나서 타율 0.238(231타수 55안타) 6홈런 31타점을 기록, 존재감을 과시했다.
올해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됐던 오영수. 그러나 그는 시즌 중반까지 웃지 못했다. 5월 오른쪽 무릎 뒷쪽 염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것. 이후 퓨처스(2군)리그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던 그는 8월 1군에 복귀했으나, 부진으로 다시 2군에 내려갔다.
15일 창원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만난 오영수는 “사실 그때는 야구를 보기 힘들었다. 몸 뿐 아니라 마음이 아팠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받아들여졌다. 그때부터는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더 오래 걸리더라도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봤다.
시련은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했던가. 2군에 있던 시간은 오영수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매우 많은 것을 느꼈다.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 했다”며 “잘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알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영수는 “‘저 선수는 저 부분을 어떻게 잘할까,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부족한 부분들을 배우려 했다. 현재 잘 치고 있는 (박)주찬이 형, 조영훈 코치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 약점인 수비 부분도 보완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절치부심한 오영수는 이후 8월 말 다시 1군에 복귀했고, 그 설움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16일 경기 전 기준으로 그의 9월 타율은 무려 0.515에 달한다. 오영수의 이 같은 활약 비결에는 인고의 시간 끝에 깨달은 ‘내려놓기’가 있었다.
그는 “제 자신에 대한 기대감을 낮췄다. 나도 모르게 ‘난 이만큼 해야 된다,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부담감이 생김과 동시에 한, 두 타석 못 치는 것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가 커졌다. 그래서 ‘내가 언제부터 잘했냐’는 마음으로 조금 내려놓고 하고 있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다. 그게 좋은 결과들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오영수는 “계단이 있으면 시작이 좋지 못했는데, 10층까지 못 오른다. 그 과정들이 필요한데, 저는 너무 한 번에 도달하려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차근차근 다시 잘할 수 있는 것부터 하려 했다. 그게 팀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처럼 마음을 내려놓고 가볍게 밀어치기를 시작하자 좋은 결과들이 연달아 나오기 시작했다. 오영수는 “몰랐는데 제가 컨택 능력이 좋은 편이었더라. 송지만 코치님께서도 ‘네가 컨택 능력이 좋고, 바깥쪽 공을 잘 치니 밀어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모든 상황에서 일단 밀어쳐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좋아졌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특히 오영수는 최근 경기 승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순도 높은 안타를 연달아 때려내고 있다.
그는 이 비결을 묻는 질문에 “진짜 없다. 그냥 내려놓고 제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니 모든 것이 저를 돕는 것 같다. 욕심 없이 타석에 들어서서 흐르는 대로 상황에 맞춰 하고 있다”고 멋쩍게 웃었다.
오영수의 활약은 NC 퓨처스 팀에도 큰 기쁨이다. 그는 (NC 퓨처스) 공필성 감독님과 코치님, 선수들, 매니저 형들 모두 기억에 남는다. 최근 좋은 결과들을 내고 있어서 그런지 잘하고 있어 보기 좋다는 연락이 자주 온다. 제가 2군에서 어떤 시간들을 가졌는지 다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부상으로 인한 힘든 시기가 길었기 때문에 오영수의 올해 남은 목표 중 하나는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것이라고. 그는 ”큰 부상 없이 마무리를 하고 싶다. 시즌 초 부상으로 올해 개인적으로 타격이 있었다. 남은 시즌 부상 없이 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영수의 소속팀 3위 NC는 현재 65승 2무 53패를 기록, 2위 KT위즈(67승 3무 54패)를 0.5경기 차로 맹추격하며 지난 2020년(당시 통합우승) 이후 3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고 있다.
오영수는 ”포스트시즌 무대에 꼭 한 번 서보고 싶다. 경험했던 형들도 (포스트시즌) 깃발은 보자마자 떨린다고 하더라. 주말 홈 경기 느낌도 난다고 했다“며 ”어떤지 궁금하다. 꼭 그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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